“죽음, 죽어감, 상실치유를 위한 필수 지식”
ADEC(에이덱) 국제 표준강의에 맞춰 20가지 주제를 수록
“시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아들이 고3이에요. 3일 내내 같이 빈소를 지켜야 할까요?” “아내가 만삭인데 할아버지 장례식장에서 빈소를 지켜야 할까요, 식사 대접을 챙기면서 안내를 돕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집에 있는 게 좋을까요?” 인터넷 커뮤니티 여러 곳의 자유게시판을 보면 이런 질문들이 올라와 있는 걸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조부모가 돌아가셨는데 고3 입시생이라는 이유로 장례식에 불참시키거나 잠깐만 들렀다가 집으로 돌려보내고 싶어서 고민한다는 것은, 사회가 변화하면서 죽음을 대하는 모습이나 태도가 이전 세대와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죽음을 대하는 시선은 우리 삶에서 그리 간단히 스치듯 지나갈 문제는 아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22년 우리나라 남자의 기대수명은 79.9년, 여자의 기대수명은 85.6년이다. 65세 이상 인구는 2023년 95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8.4%를 차지했다. 65세 이상을 고령인구라고 하며 그 비율이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라고 하는데, 2025년이면 우리나라는 고령인구의 비율이 20.6%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어 초고령사회를 바로 목전에 두고 있다. 생명과학의 발달이 평균수명을 늘리고는 있지만 인간다운 삶의 질이 확보되고 있는지는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임종기 환자나 생의 마지막 시기를 지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돌보고 있는 보호자들 입장에서 죽음과 죽어감은 곧 삶의 문제다. 2022년 우리나라 사망자 수는 37만2,939명이라고 집계됐는데, 그들의 죽음을 경험한 남겨진 사람들은 비탄과 슬픔, 후회와 고통, 두려움과 불안 등을 어떤 식으로 마주하고 있을까?
생명의 존엄성을 가진 인간은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 죽음의 의미도 달라진다. 간호학, 사회복지, 철학, 심리상담 등의 영역에서 필수적으로 들어야 하는 강의로 싸나톨로지, 즉 생사학이 있다. 죽음교육과 관련해서 국제적으로 가장 큰 조직인 ADEC(미국 죽음교육상담협회)은 죽음을 다루려면 이 정도는 다루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표준 강의를 제안하고 있다. 새로 나온 신간 「생사학 워크북 1」 「생사학 워크북 2」는 ADEC이 제안하는 국제표준강의를 한국화해서 20강으로 만들어낸 책이다.
“죽음을 안다는 건 결국 ‘삶’을 아는 것이다!”
부정되고 억압되는 것이 아닌, 죽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
사람의 생명은 유한하기 때문에 태어남과 동시에 점점 죽음을 향해가고 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로마 철학자 세네카는 “일생을 통해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하듯, 계속해서 죽는 법도 배워야 한다”고 했다. 누구나 똑같은 나이에 죽음이 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말의 의미는 더욱 다가온다. 동서양의 현자들은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삶의 모습이 아름다우면 죽음의 모습도 아름답다’며 같은 의견을 보인다. 죽음을 마치 ‘실패’처럼 여기며 부정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궁극적으로 삶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삶은 삶대로 죽음은 죽음대로 존중받아야 하기에, 죽음 준비와 죽음 교육은 고령 사회일수록 더욱 필요한 영역이다.
생사 인문학의 주요 주제는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 하는 물음에 답하는 것이다. 이 책은 ‘나는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맞는 게 좋을까?’ 고민해볼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생사학 워크북 1」에서는 첫째, 죽음을 바라보는 철학적, 종교적 시선을 포함해 인류의 생사관을 살펴보았으며, 둘째, 다양한 죽음의 모습, 관련법, 상장례 등을 살펴보면서 죽음 준비와 관련된 의사결정에 대해 점검했다. 셋째, 호스피스ㆍ완화의료, 임종기 환자의 돌봄, 애도상담 등 사별 후 유가족을 돕는 영역까지 다루었다. 「생사학 워크북 2」에서는 첫째, 죽음의 심리학, 죽음문화의 역사 등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을 살펴봤고, 둘째, 죽음 관련 윤리, 용서와 화해 등 죽음을 둘러싼 도덕성 문제를 다루었다. 셋째, 사별에 대한 개입, 상실에 대한 심리치유, 외상성 개입 등의 죽음교육 주제를 더해 모두 20강을 완성했다. “우리의 삶에 죽음 이야기가 생략되지 않고 그저 자연스럽게 이야기될 수 있을 때 삶의 진정성은 더 가까워질 것이다”라는 것이 저자들이 강조하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