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체에서 중역으로 일하다 퇴직한 김우는 어느 날 다른 생을 살기로 결심한다. 숫자가 아닌 활자의 세계에서. 영업이익이 아닌 상상력의 세계에서. 습작생 김우는 중앙대 예술대학원의 문예창작전문가과정에서 동생뻘인 교수한테, 아들뻘인 강사한테 난타를 당한다. 레프트훅, 라이트훅, 어퍼컷.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2년 동안 마음은 그로기 상태가 되었지만 창작 세계의 묘미를 알게 되었다. 창작은 창조다. 만들어서 파는 것은 같지만 無用한 동시에 유익한 세계, 즉 정신과 영혼의 세계에서 그는 자유로웠다. 비상과 유영이 얼마든지 가능한 세계에서 그는 날아다녔고 헤엄을 쳤다. 시인 김우로 다시 태어났을 때는 판매왕이 되었을 때보다 기뻤다. 마침내 이 세계의 개척자요 승리자요 지배자가 되었다. 언어의 세계에서 상무와 전무를 거쳐 CEO가 되었다. 김우 시인의 시는 섬세한 서정소곡이 아니라 자연의 웅장한 교향곡이다. 때로는 우렁차고 때로는 직설적이다. 많은 시인이 소통 불능의 방에서 칩거하고 있는 이때, 김우 시인이 들려주는 노래는 알아들을 수 있어서 좋고, 힘차서 더욱 좋다. _이승하(시인, 중앙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