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언箴言 같은, 아련한 지난 시절의 연가
시인은 살아오는 가혹한 삶에서 때로는 상처받고 절망하지만,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고통을 뛰어넘어 달관의 자세를 견지한다. ‘그릇’이 작은 줄 알고 “넘치는 그 무엇이 안타까워”하던 삶을 겪고 난 시인은 ‘더 큰 그릇’보다는 자족할 줄 아는 삶, 우리 인생은 부족한 것이 아니라 “가득 차 있었다는 걸” 세월이 흐른 뒤에 깨달으며 한 편의 ‘잠언 같은 시편’으로 노래하고 있다.
시인의 자서에서도 밝혔듯이, 늘 시에 대하여 겸손한 곽호영 시인의 시는 현란한 수사로 독자를 혼란시키지 않고, 편안하고 쉽게 읽힌다. 사람 좋은, 그래서 언제나 푸근한 그의 미소처럼, 조금은 느릿하게 바로 옆에서 웅얼거리는 것처럼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는다. 그러나 시인이 깊은 사유에서 말하는, 그리하여 우리에게 한마디 잠언처럼 전하는 서정의 메시지는 평범하게 들리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곽호영 시인의, 시를 향한 한결같이 정직하고 소박한 열정이 믿음직하다. 오랜만에 묶어내는 시집 『흐린내 연가』가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기를 희망하며 언제일지 알 수는 없지만, 다음에 나올 시집을 기대하며 크게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