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를 지킴이로 서게 했는가. “폭설에 찢기는 수난”「( 겨울나기」)과“진흙탕 싸움에/ 나자빠진 나라”「(조국」) 그리고“생과 사, 흑과 백 언쟁이 들끓는데”「( 태풍의 눈」)“ 시인은 한눈 한번 팔지 않은 파수꾼”「(아들 허수아비」)인 군기를 배치한 것이다. 그러니까 염종서의 시 세계에 놓인 ‛전시체계’는 분쟁이 만연한 현실을 시대적 배경으로 인식한다는 점에 있다. 가령 “태풍의 간접 영향으로 비껴간 바람에도/ 사과 배는 우수수 떨어”「(태풍의 눈」 )져, 시인은 당면한 적의에 대한 무력감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염종서의 “아흔아홉 높디높은 봉우리”「( 고리산 그늘」)는 수직성을 고수하는 의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스파르타의 군사적 이상이 전쟁에서 이기는 것뿐만 아니라, 당당히 맞이하는 죽음에 대한 태도를 중요시한다는 점과 닿아있다. 비록 입지의 근원을 보편적인 자연에서 찾고 있지만 이는 일상의 피사체들이 포괄적인 윤리 속에서도 견고해지는 이유랄 수 있다.

- 박기동 시인⦁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