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호의 시는 오랜 세월 시인이 추구해 온 시를 향한 고투와 숙련의 길을 지나 이제 서정시의 정수를 원숙한 절제미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극서정시를 추구해 온 그의 시적 지향이 4행시라는 형식을 새롭게 발견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이번 시집은 시인이 오랜 시간 분투하며 추구해 온 시의 결실이자 4행시의 정수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각별하다.(…)
문학이 전위의 자리에 있을 때 새로움을 찾아 골몰하는 것이 시가 추구하는 방향이었다면 AI가 시를 쓰고 시가 읽히지 않는 시대에 시의 새로움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시인이라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4행시 형식의 재발견에는 최동호 시인의 동시대 시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시가 쓸모없다고 말해지는 디지털 시대에 시가 어떻게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 고민하며 최동호는 4행시에 착안했을 것이다. 4행시가 지닌 질긴 생명력에 오늘의 시는 희망을 걸어 볼 수 있을 것인가? 최동호의 사행 시집을 읽으며 독자들도 고민에 동참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