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슬픔을 겪은 모두를 위한 그림책
세상과도 같던 엄마가 사라진 후, 아이의 일상은 너무나 고요해졌습니다. 아침마다 자신을 깨우던 장난스러운 목소리도, 식탁에서 나누던 일상의 대화도, 걱정하지 말라던 응원도 사라져 버렸죠. 엄마의 따스한 눈빛과 애정 어린 손길이 더는 자신에게 닿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 버리면 이대로 영영 엄마를 보지 못하게 될 것 같습니다. 아이는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 주는 할머니에게 자꾸만 억지를 부리게 되고 뾰족한 말을 내뱉습니다.
할머니는 아이의 투정이 엄마의 부재를 인정하는 과정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할머니 역시 상실의 아픔을 겪고 있는 건 마찬가지니까요. 할머니는 조금은 서투르지만, 어른으로서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위로를 묵묵히 보냅니다. 따뜻한 밥을 꼬박꼬박 챙겨 주고, 아이가 어지르고 나간 방을 치우고, 때론 자전거를 처음 배우는 아이를 위해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나가 자전거 안장을 힘껏 밀어 주죠.
아이는 점점 엄마의 부재를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어느 날은 블록을 쌓고, 어느 날은 낙서를 하고, 속이 상한 날에는 할머니가 끓여 준 라면을 먹으며 엄마가 없다는 사실을 체감하죠. 매일같이 "엄마라면"을 되뇌던 아이에게, 할머니가 끓여 준 라면은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 줄 사랑을 의미합니다.
엄마의 빈자리에 ‘삶’을 채워 가는 이야기
『엄마라면』은 사랑하는 이의 상실을 경험한 이들의 감정을 비추고, 그 빈자리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별이 유난히 밝게 빛나는 어느 날, 아이가 묻습니다. “할머니, 엄마는 어디 있을까?” 할머니가 대답하죠. “너희 엄마라면 별이 되었을 거야.”
아이는 이제 어렴풋이 알게 됩니다. 앞으로 함께하지는 못하지만, 추억할 수 있는 엄마의 사랑이 있다면 마냥 슬프지는 않다는 걸요. 반려견이나 친구, 혹은 사랑하는 가족과의 이별을 경험한 아이에게 『엄마라면』이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