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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법

시작법

  • 차호지
  • |
  • 문학과지성사
  • |
  • 2024-06-26 출간
  • |
  • 126페이지
  • |
  • 128 X 205mm
  • |
  • ISBN 9788932042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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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멈추지 않고 움직이는 형상에는
눈길이 가게 마련이었다”
─시작, 법(始作, 法): 움직임에 몰두하며 시작하기

열차는 만석이고 창가에는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나란히 한 방향으로 앉아 있다. 사람들은 거의 창밖을 보고 있다. 바깥을 보는 것이 좋아서라기보다 움직이는 것에 시선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 열차가 순환한다면 나는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움직이는 바깥 풍경을 보다가 아까와 비슷한 풍경을 발견하고 그제야 이곳이 아까 보았던 풍경과 같은지 지도로부터 확인하여 그것의 맞고 틀림을 가늠하는 놀이에 온 하루를 다 썼을지도 모른다. 열차가 정차하고 다시 출발할 때마다 천장에서 무수히 발소리가 들렸다. 플랫폼에서 보았던 얼굴들은 아무리 기억하려고 해도 다시 기억나지 않았다. 떠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열차에 앉아 있으면 나도 다시 움직이는 기분이 들었다.
-「열차」 부분

공간 안팎의 움직임을 분주하게 좇는 시선이 함께하기에, 단순하고 담백한 문장으로 사방이 에워져 있음에도 차호지의 시는 결코 정적이지 않다. 마치 “움직이는 아기 새 모양 모빌이 그리는 원 모양에 마음을 빼앗겨서 줄곧 움직이는 아기 새 모양 모빌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모빌)는 것처럼, 저글링을 하는 누군가가 공을 놓쳤을 때 “아까 그 자세로 가만히 멈춰 있는 그” 대신 “세 개의 공이 어디로 향하는지 쳐다보게”(「저글링」) 되는 것처럼, 움직임에는 이목을 잡아끄는 힘이 있고 시인은 기꺼이 “움직이는 것에 시선을 빼앗”(「열차」)긴다. 움직임마다 바싹 따라붙는 특유의 눈길은 얼핏 고요한 듯 보이는 일상의 장면에 묘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밀도 높은 관찰은 풍경의 디테일을 선명하게 만들어 찰나의 사소한 미동에도 생경한 느낌을 불어넣고, 이에 시인은 “움직이고 움직이는 것들이 움직이고 있으면 왜 저건 움직이고 있을까”(「바퀴의 왕」) 자문한다. “이제 다 썼고 더는 쓸 게 없다고 생각하는 때에”도 사물들은 “꼭 다시 움찔거”(커튼)리기에 이 물음은 끝날 수 없고, 움직임이 계속되는 이상 “사물이 사물이었던 시대”(「돌」)는 저물게 되며, “말을 하면” “움직이는 사람이”(「제자리」) 되게 마련이므로 시인은 외부의 움직임에 몰두하는 관찰자의 자리에서 나아가 스스로 시적 움직임의 주체가 된다. 차호지의 시 쓰기는 여기서 시작한다.


“이해를 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고
시간이 아주 많을 때 그 말은 떠오른다”
─시, 작법(詩, 作法): 틈새에서 질문하며 쓰기

나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예를 들면 여기 있는 문장을 읽을 때 눈동자가 움직이는 속도. 다음, 다음으로.

[……]

나는 천천히 말하려고 노력한다.

시간은 움직이고 나는 나도 모르게 그것을 쫓고 있다. 그건 이미 내 생각이 아니었던 것 같지만 소리가 귀에 들려오고 걷는 나의 뒤쪽에서 앞서 걷는 사람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의 등을 보면서

모르겠어?

[……]

나는 열린 문을 닫으면서 거울을 본다. 보고 싶지 않아도 거기에 거울이 있다. 나는 거울에 없었는데 잠시 후에 생겨났다.

등을 돌려서 등을 보지는 못하는데도

어째서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 걸까?
-「시차」 부분

세계를 끈덕지게 관찰하는 일, 그리고 이것으로 시를 쓰는 일 사이에는 필연적으로 시차가 발생한다. 응시의 앞에는 그보다 선행하는 움직임이, 창작의 앞에는 그보다 선행하는 골몰이 있다. 누군가의 말을 듣고 “나중이 되어서야” “그런 말을 했었구나 하고 뒤늦게 그랬었구나 생각하”(「산책」)는 것처럼, 어떤 순간을 통과하고 나서야 그 순간을 글자로 옮겨 적을 수 있다. 차호지는 이러한 사실을 잘 이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시차를 작법의 도구로 활용한다.
시차를 인지하고 씀으로써 더 한껏 벌어지는 시간과 시간 사이의 틈은 또 다른 틈에 대한 인식으로 흐른다. 꽉 닫혀 있는 듯한 공간에도 언제나 문이 있음을, 그리고 문은 무언가가 드나들 수 있도록 하는 틈임을 새삼스럽게 환기한다. 그렇게 시인은 시적 공간의 가장 안쪽에 있으면서도 바깥의 이야기를 지금 여기로 힘껏 끌어오며, 그 갈피마다 끼어드는 의문을 문 너머의 독자와 공유한다. 당신의 좌표는 현실과 환상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 당신은 어디에 위치해 있는가?
끊임없이 질문하며 쓰는 일은 결국 안과 밖이 맞닿아 생기는 어름을 어루만져보는 행위이고, 이는 곧 틈새의 폭을 가늠하며 수많은 가능성의 공간을 설계하도록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 이번 시집의 해설을 맡은 문학평론가 홍성희가 짚고 있듯 “말의 힘은 말 자체가 아니라 말과 말 사이에 놓여 있”고, “이야기가 무언가를 움직이게 한다면 그 힘은 그것이 그려낸 닫힌 세계의 내용만이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와 다른 하나의 이야기, 또 다른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가운데 동시에 만들어지는 ‘사이’들에 있을 것이다”.

[……] 자꾸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디야? 묻는 소리가 또 들렸다. 나는 안쪽에 있었다. 그 사람은 바깥에 있었다. 너는 어디야? 나는 목소리를 내보았다. 답은 없었다. 나는 닫혀 있는 문을 보았다. 그러고 보니 문은 드나들 수 있게 만들어진 것이었다. 가까이 가자 문이 조금 열려 있었고 거기서 찬 바람이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문을 다시 완전히 닫았다. 닫았다가 열었다가 해보았다.
-「어디야?」 부분

목차

시인의 말
1부
시작법 | 안내 | 캉기 | 모험 | g | 시놉시스 | 대화 | 면적 | 사랑하는 사람 | 설계자 | 바퀴의 왕 | 박멸 | 창문
2부
그 시절 | 도망자 | 소음 | 이사 | 역할 | 녹음기사 | 돌 | 경도 | 공중 | 가마 | 두통 | 단체
3부
순서 | 2인실 | 의인법 | 카운터포인트 | 사랑 | 끝 | 여기서부터는 다른 작품입니다 | 모빌 | 그네 | 아쿠아플라넷에서 | 열차 | 제자리 | 목소리
4부
봄 | 오토 | 저글링 | 연행 | 스노볼 | 커튼 | 시차 | 어두운 밤 나는 적막한 집을 나섰다 | 긴 외침 이후에 | 매듭 | 산책 | 어디야? | 신작
해설
이후의 이야기 · 홍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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