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중에서
그렇게 과거의 자유는 마음의 무덤 속에 오래 묻혀 있었나 보다. 어떤 기억이 마음의 중심에서 몸을 일으키려 하고, 깨어나려고 할 때면 삶은 다시금 그것을 짓밟았다. 먹고살기에도 벅차고 바빴지만, 늘 짓이겨지고 해체된 심장 속에 꼭 움켜쥔 채 포기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으니, 숱한 방황과 여행 속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들, 그리고 그들이 남긴 마음이다.
아무도 모르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누구보다 값진 지도를 지니고 있으므로 작은 불씨처럼 죽지 않고 살아 있는 단 하나의 동화는 나를 또 이 삶이라는 여행 속에서 살아가도록 한다. 지금은 독립출판 작가로서 글을 쓰고 있다. 어쩌면 이제 나는 내면의 지도를 걸으며 이전과는 다른 여행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디로 걸어가야 할지 모르겠으면 모르는 채로 걸어가도 된다. 길이란 어디서건 길일 뿐이고, 나는 오로지 자신만을 걸을 뿐이니. ‘어디를 가자’가 아닌 ‘어디를 가더라도 어떤 마음가짐인지’가 중요하니."
이제 나는, 여기서, 아무도 모르게, 삶이라는 내면의 여행을 하는 중이다.
오랫동안 병을 앓았다. 떠나지 않고서는 죽을 것처럼 몸이 아파 식은땀을 흘리며 수일을 병석에 눕기를 반복했다. 미지를 걷지 않고는 죽을 것 같을 때, 심장이 뛰는데 달랠 수가 없을 때, 그것을 제압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고, 나는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거구나, 포기의 심정으로 또다시 신발 끈을 묶을 때. 삶은 몽유병이거나 불치병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정의 내릴 수 없는 병은 삶의 융단 위에서 심장처럼 붉게 뛰고 있었다. 병을 거부할 수 없다면 병은 병으로 치유할 수밖에 없지만, 이 별에서만큼은 쉽게 방랑의 삶이 허락되지 않았다.
이제서야 삶의 여행을 이렇게 정의할 수 있지 않을까. 더 이상 갈 수도, 떠날 곳도 없는, 이곳이야말로 내가 가야 할 장소라고.
나는 조금 더 단단해졌고, 강해졌으며, 그리고 방황하지 않아도 가만히 앉아 저편 세상을 관망할 수도 있게 되었다.
여행을 통해 내가 얻은 것은, 더는 헤매지 않아도 될 내면의 지도를 구축했다는 것과, 이 내면에는 더 이상 추위에 떨지 않아도 되고, 편히 잠들거나, 쉴 수 있는 마음의 집이 생겼다는 것이다.
더 이상 안락한 거처를 찾아 떠돌아다니지 않아도 될, 나는 내가 가야 할 곳이었고, 돌아와야 할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