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시대를 맞이해 인류에게 도래할 ‘의식의 마비’
당신은 극복할 준비가 되었는가? 《초필사력》
“인간에 의해 고안되어 외화(外化)된 모든 기술은, 그것이 내재화된 초기에는 인간의 의식을 마비시키는 능력을 발휘한다.”
마샬 맥루한, 《구텐베르크 은하계》
인류의 응용지식이 폭발적 유통을 보게 된 것은 활판인쇄술을 발달과 궤를 같이한다. 최초의 인쇄물에 대한 타임라인은 고고학의 발전에 힘입어 계속적으로 랭킹을 갈아치우겠지만, 그것이 서양의 그 무엇으로 다시 업데이트 되든, 아니면 우리의 《무구정광대다라니경》으로 유지되든 관계없이 앞으로 발견될 어떤 고대 인쇄물 역시 새로운 창조물이 아닌 기존 필사 문화권에서의 창조 지식을 응용, 혹은 재활용한 인쇄물일 것이라는 점은 확신할 수 있다.
그런데, AI시대로 접어들면서 우리의 미래에는 물음표가 달렸다. 이제, 매체 전쟁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콘텐츠의 생산자인 인간의 두뇌를 대체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창조지식과 응용지식 사이의 긴장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그 속에서 우리 인간의 독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필사문화권 속에서는 저자라는 개념이 특별히 중요하지 않았다. 필사를 통한 책은 온전히 필사자에게 소유권이 있었고, 필사 과정에서의 영감을 반영한 새로운 이본 형태로 다양하게 전파되었다. 하지만 인쇄의 시대를 지나 AI의 시대를 향해 가는 우리에게 다가올 또 다른 유형의 독서물은 마샬 맥루한의 말처럼 다시 한번 인간 의식의 마비를 경험하게 할지 모른다. 아니, 이미 마비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증거 중 하나가 바로 스마트폰의 보급 이후 전 세계적으로 현저하게 추락해버린 독서량이다.
이처럼 의식의 마비 시대를 경험할 인류가 AI의 시대에 제정신을 차리고 살아가도록 가장 또렷하고 명철한 의식의 깨어 있음을 유지해 줄 독서의 형태는 바로 필사라고 생각한다. 응용지식의 범람을 다시금 창조지식으로 내면화하고, AI시대에 인간 의식의 마비를 막아줄 최고의 지적 수양법으로 필사를 권한다. 《초필사력》에 그 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