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특별한 날을 만들어 기억하는 건
시간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마음의 표현
우리는 한 해가 마무리되는 연말이 되면 달력을 선물하는 관습이 있어요. 특히 은행이나 가게에서 새해가 되면 자기들만의 달력을 만들어 선물로 제공하고는 하지요.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에는 날짜는 세거나 기억하는 도구로 달력만한 게 없었어요.
조선 시대에는 새해가 되면 왕이 신하에게 달력을 선물했어요. 아마 신하로서 시간 관리를 잘하라는 뜻이 담겨 있었을 거예요. 옛날에는 이처럼 힘이 제일 센 사람이 시간의 주인 행세를 할 수 있었어요. 달력을 만들 권한이 힘이 제일 센 사람에게만 주어졌거든요.
역사적으로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우리 민족이 나라를 세운 뒤 고유한 달력을 사용한 적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고구려와 신라, 고려 정도가 사용했지요. 건국할 때부터 명나라에 사대 관계를 천명한 조선은 연호를 만들지 않기도 했어요. 조선 말 중국과의 사대 관계를 청산하고 대한제국으로 국호를 바꾸면서 독자적인 연호를 채택했지요. 이제 대한제국이 시간의 주인이 되겠다는 선언이었어요.
매년 새로운 달력에 친구 생일이나 소풍 날짜, 좋아하는 아이돌 공연일 등을 표시해 놓는 것은 ‘나만의 특별한 날’을 만들어 기억하고 싶기 때문일 거예요. 이런 행동이 바로 시간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마음의 표현이랍니다.
대한민국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키워드
‘달력 속 빨간 날’의 의미
달력에는 빨간색으로 표시된 날들이 여럿 있어요. 이런 날들을 공휴일이라고 하지요. 공휴일은 대한민국 국민이 함께 쉬기로 약속한 날이에요. 이는 법으로 정해져 있어요.
가장 대표적인 공휴일은 일요일이에요. 그리고 공휴일로 지정된 국경일, 1월 1일, 설 연휴, 석가탄신일, 어린이날, 현충일, 추석 연휴, 성탄절 그리고 각종 선거일이나 정부가 지정하는 날이 있지요. 또한 2018년부터는 기념일 중 각 지역의 특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기념일은 중앙정부와의 협의를 거쳐서 그 지역의 고유한 공휴일로 지정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현재 광주광역시의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 제주도의 ‘4·3 희생자 추념일’, 정읍시의 ‘동학농민혁명기념일’이 지방 공휴일로 지정되었어요.
공휴일과 기념일은 아무 이유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게 아니에요. 우리 역사 속에서 일어난 특별한 사건이 발생한 날이고, 기념하거나 기억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한 특별한 날이에요. 따라서 우리나라가 어떤 특별한 날을 기념하고 기억하는지 살펴보면 우리 과거에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우리는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 우리가 어떤 민족인지를 알 수 있어요. 바로 우리가 대한민국 국민임을 확인하는 날인 것이지요.
우리가 기념하고 기억해야 할 특별한 날
5개의 국경일, 54개의 기념일 그리고 공휴일들
국경일은 법으로 정해져 있어요. 우리나라 국경일은 모두 다섯 개예요. 1919년 3월 1일 일본에 저항하여 일어난 3·1운동을 기리는 삼일절,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된 날인 7월 17일 제헌절, 일본의 식민 지배에서 해방된 날인 8월 15일 광복절, 단군 할아버지가 고조선을 세운 날인 10월 3일 개천절,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만든 것을 기념하는 10월 9일 한글날이지요. 국경일은 제헌절을 제외하고 모두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어요.
다섯 개의 국경일 외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함께 기억해야 할 특별한 날을 법령으로 정해 둔 것이 기념일이에요.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제정된 기념일은 현재 54개나 되지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4월 11일), 2·28 민주화운동 기념일(2월 8일), 4·19혁명 기념일(4월 9일),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5월 18일), 6·25전쟁(6월 25일), 현충일(6월 6일), 6·10 민주항쟁 기념일(6월 10일) 등 함께 기억해야 할 날들이 많이 있어요. 그리고 공휴일은 ‘함께 쉬는 날’이에요. 학교에 가지 않거나 일하지 않고 쉴 수 있는 날을 말하지요.
우리나라에는 이처럼 기념하고 기억해야 할 특별하고 소중한 날들이 많이 있어요. 국경일과 기념일, 공휴일의 지정 배경을 들여다보면 자연스럽게 우리 역사 공부도 할 수 있어요.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만의 특별한 날, 특별한 시간을 다시 되새겨 보고, 나와 우리 그리고 우리나라를 이해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