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어머니가 가족의 삶을 주도했고, 성인이 되어서는 여성으로서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고 있는 시인은, 다분히 생득적인 여성주의 시각의 소유자가 되었다.
여성주의 시각이란 작금의 여권신장이나 남녀평등의 페미니즘을 말함이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전통적인 시각에서 여성이 삶의 주체이자 근원이라는 관점이다. 마치 우리 고전소설 〈심청전〉을 보면 주요 서사가 여성에 편중되어 있으며, 남성은 서사의 조연이나 부수적인 인물이다. 여성은 생명의 근원이며 가족이나 자연을 자기 안에 품어 살리는(살림하는) 사람이다. 여성은 나약한 존재가 아니라 삶을 주도한다. 생명에 관한 여성주의 시각은 그의 시 세계에 지대한 의미를 지닌다.(해설에서)
방순미 시인은, 산이 좋아 산에 사는 사람이다. 그는 스스로를 산악인이라고 말한다. 산악인이라는 말에는 인간 중심의 사고가 아니라 자연 중심의 사고를 한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등산’이라든가 ‘산에 오르다’, ‘산을 탄다’라는 말은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에서 나온 말이다. ‘산악인’이나 ‘산에 간다’는 말은 자연을 존중하는 태도에서 나오는 말이다. 시인은 산에서, 숲에서, 나무와 꽃, 풀, 새, 작은 곤충들까지 모든 생명을 들여다보며 마음을 준다. 시집 『물고기 화석』에서 시인의 관심은 온통 자연과 생명 활동에 있다. 그뿐만 아니라 어머니를 향한 지극한 사랑이 시 전편에 흐른다. 백수를 살아오시면서 한시도 허투루 보내지 않으시고 가족을 위해 헌신한 어머니에게 헌정하는 시집이라고 해도 좋겠다. 시집 『물고기 화석』은 여성으로서 산에 사는 산 사람 방순미가 독자들에게 전하는 산의 이야기이다. 어머니가 나이고, 내가 자손이고, 산이 나라는 생각은 시인 방순미의 독특한 사고다. 독자들은 『물고기 화석』을 통하여 인간이 자연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