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漢詩를 공부하고 作詩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여러 가지 옛 전통이 오늘날 나름 맥을 이어 가고 있는데 그중에서 한시는 그 맥이 한층 약한 것 같다. 그 이유는 한문이 일상에서 쓰이지 않으니 학습에 대한 동기 부여가 안 되고, 공부를 하고자 해도 어려워 진척이 더디다. 漢詩를 배우고 싶은 사람이 가끔 있어도 이를 쉽게 또 풍부한 예시로 자세히 설명해 준 책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때 본 도서 《국역 東山詩稿》는 좋은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이 책에는 저자 東山이 지은 5언 절구 52수, 7언 절구 149수, 5언 율시 121수, 7언 율시 197수, 만사(죽은 이를 위로하여 지은 시) 37수, 모두 556수가 수록되어 있는데, 역자는 이 모든 시에 평측도를 그려 한시 규칙이 제대로 적용되었는지를 점검하였고, 이어 모든 시에 [감상문]을 붙여 국역만으로는 이해가 어려운 작시 배경과 참뜻을 밝혔기 때문에 재미를 느끼면서 독서할 수 있다.
또한 역자는 부록에서 한시의 유래, 한시 작법을 간략하면서도 명료하게 설명하여 초학자들도 접근할 수 있게 했다. 이 공부를 먼저 하고 앞의 《동산시고》를 음미하면 이해가 한층 쉬울 것이다. 부록에는 역자 자신이 지은 한시 몇 수도 선을 보였으니 읽어 보면 독자들도 작시에 대한 용기가 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