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엄스토리텔러는 사람들이 가보고 싶은 미술관을 화면에 담아 멋진 풍경과 그림들을 보여주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는 직업이에요. 수준 높은 미술 지식도 필요하고 직접 보고 느낀 것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말솜씨도 필요해요. 뮤지엄스토리텔러는 또 사람들에게 ‘나도 그 미술관에 꼭 가봐야지!’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죠. 미술과 여행을 좋아하는 어린이, 남들과 같은 것보다는 새로운 것을 찾아 창의적인 미래를 꿈꾸는 어린이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직접 체험으로 살아있는 이야기를 만들어요
미술관에 관한 강의를 하면서 미술관 카페에서 사용하는 찻잔이나, 심지어 화장실 이야기를 할 때도 있어요. 어떤 미술관 카페는 수십만 원짜리 본차이나 도자기만 사용하고, 또 어떤 미술관의 화장실은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 같은 곳이 있거든요. 이런 사실은 직접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정보들이에요.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미술관 정보는 한계가 있어요. 잘 찍은 사진 속의 미술관 모습, 전시나 대표 소장품에 관한 간략한 정보가 거의 전부죠. 그 정보만 가지고 스토리텔링을 한다면 부족해요. 그건 죽어있는 이야기죠.
저는 살아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미술관에 직접 가봐요. 미술관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전시된 작품들을 체험하죠. 어떤 미술관은 여러 번 방문하고, 또 계절을 달리해서 가봐요. 한 전시만 보는 게 아니라 여러 전시를 봐야 미술관을 제대로 체험하는 거예요. 그래야 스토리를 제대로 잡아낼 수 있어요.
독특한 부대시설도 이야깃거리
강원도에 있는 어떤 미술관은 내부에 항아리 모양의 대형 조형물을 설치해 놓았는데, 표면은 은색으로 반짝반짝해 아주 예뻤어요. 이게 뭐냐고 관장님께 물어봤더니 남자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남편이 들어갔는데 남자 화장실이었어요. 항아리를 닮은 예술 작품 속에 들어가 배설이라는 일상의 경험을 하게끔 의도한 거죠. 이렇게 예술가들은 엉뚱해요. 화장실 하나를 만들어도 굉장히 독특하게 만들어요. 이런 재밌는 발상들이 모여있는 곳이 미술관이에요.
미술과 사귀어요
저는 사람들에게 미술이 당신의 삶을 또 다른 길로 이끌어 줄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해요. 미술은 사람하고 달라요. 사람은 실망하고 배신할 수 있지만 미술은 안 그래요. 사귀면 사귈수록 믿음이 가고, 마음을 달래주고, 행복을 주죠. 사람은 때로 마음이 텅 빈 것처럼 외로울 때가 있어요. 이럴 때 내 마음을 무엇으로 채우는 게 좋을까요? 저는 미술과 사귀라고 권해요. 사람이 채워줄 수 없는 영혼의 허기를 미술이 채워줄 수도 있거든요.
한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멀티플레이어로
성공한 작가들을 보면 그림 실력은 기본이고 글도 잘 쓰고 말도 잘하고 대인관계도 좋으면서 홍보나 마케팅 실력도 뛰어난 경우가 많아요. 혼자 작업실에 틀어박혀 열심히 작업만 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한마디로 멀티플레이어Multi-player가 되어야 해요.
안타깝게도 이런 능력을 타고난 사람은 많지 않아요. 그러니 연습이 필요해요. 저는 대학 수업할 때 학생들에게 자기 작품 세계를 글로 표현하고, 말로 표현하는 기회를 줘요. 아무리 좋은 작품을 만들었어도 그것이 왜 좋은지, 어떤 이유로 만들었는지 작가가 설명할 수 없다면 그 작품은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물건이 되는 거니까요.
미술관과 박물관은 어떻게 다른가요?
루브르는 박물관일까요? 미술관일까요? 오르세는요? 영어로는 루브르, 오르세 둘 다 뮤지엄이예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루브르는 박물관으로, 오르세는 미술관으로 불러요.
박물관은 역사적 가치가 있는 것들을 수집, 보관, 전시하는 곳이에요. 역사박물관, 교통박물관, 민속박물관, 김치박물관 등 다양한 종류가 있어요. 미술관은 박물관의 한 종류로 미술 전문 박물관을 말해요. 오르세는 미술품이 주로 수집된 곳이라 미술관이라 번역해 부르고, 루브르는 미술품 이외에도 여러 문화유산이 함께 수집된 곳이라 박물관이라고 부르죠.
미술 전시를 잘 관람하는 방법이 있나요?
요즘 미술관은 교육 기능을 강화하고 있어서 정보가 매우 많아요. 리플릿이나 전시 도록도 만들고요. 어떤 경우는 전시와 작가, 작품에 대한 정보를 미술관 벽면에 깨알 같은 글씨로 써놓기도 해요. 큐레이터들이 밤을 새워서 쓴 문장들이죠. 그밖에 오디오 가이드나 증강현실 기술을 도입한 스마트한 전시 가이드도 많아요. 전시 설명을 해주는 도슨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좋고요. 전시장에서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집에 와서 작품과 작가에 대한 정보를 더 찾아볼 수도 있겠죠. 사실 정보는 많은데 관심이 부족한 거예요. 미술 정보들은 관심을 가질 때만 눈에 보이기 시작한답니다.
- 『뮤지엄스토리텔러는 어때?』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