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응시하는 시적 언어와 시인의 사투,
목소리 없는 자들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여정
불빛 없는 곳에서 비로소 별은 빛난다고 하지만, 시집 속 화자들의 상처를 헤집고 그 맨얼굴을 드러내는 일이 시의 본령이라면, 시적 언어에는 얼마나 많은 고통이 배어 있을까.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시는 고통이 아니다. “하나의 시적 언어에서 하나의 고통을 본다는 이 말은 거짓말이다. 시는 고통이 아니다. 시는, 진실을 넘어선 어떤 거짓말이다. 따라서 그 거짓을 거짓으로 마주 보게 하는 힘, 진실을 원군으로 소환하는 힘, 삶의 전략을 재편하는 사유, 이 모든 것이 거짓과 함께한다. 시는, 따라서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기에 무엇이 될 개연성을 갖는다. 더럽다 는 것. 그것이 시의 총체적 의미다. 그리하여 연꽃은, 그 자리에서, 핀다.”(‘시인의 말’에서)
『친밀한 슬픔』은 박종언 시인의 첫 시집이다. 이 장편의 연작시에는 고통을 응시하는 시적 언어와 시인의 사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더러운 시’가 있고, 바로 그 자리에서 연꽃이 핀다는 사실을 알몸으로 언어와 접촉하여 치열하고 절실하게 증명하기 위한 시적 고뇌의 만화경이다. “시의 언어로 전화된 시인의 통렬한 울음”은 박종언 시인의 어떤 내력에서 나오는 것일까.
첫 시집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박종언 시인은 2014년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에서 시로 우수상을, 2015년에는 소설로 최우수상을 수상한 전력이 있고, 2022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이 주최하는 제7회 학봉상 언론보도 부문에서 “일본 정신장애인 공동체 ‘베델의집’ 철학 분석”으로 대상을 수상할 만큼 시와 글쓰기, 문제의식에서 주목을 받았다. 시인은 2018년부터 정신장애인의 인권 옹호를 위한 대안언론인 ‘마인드포스트’ 편집국장으로 재직할 때 조현병과 싸우며 기자와 작가로서 정신장애인의 목소리를 담은 글을 쓰고 담론화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4년 ‘올해의 장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우울증, 조울증, 조현병 등 정신의 질병에 관한 당사자, 가족, 전문의, 종교인 등 21명을 인터뷰한 책(‘마음을 걷다’)을 펴냈고, 2019년 정신질환자의 사회참여와 통합에 헌신하고 정신건강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장을 받았다.
박종언 시인은 글쓰기는 “내가 껴안아야 할 마지막 기둥”이며 그동안의 활동은 “목소리 없는 자들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여정”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