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의 빛나는 선수들과 함께 들어 올린 트로피와
서로를 발전시킨 최고의 라이벌 펩 과르디올라와의 관계,
위르겐 클롭이 이끌어 나간 9년간의 리버풀 역사를 돌아보다
2015년 10월 8일 리버풀 20대 감독으로 정식 부임한 클롭은 위기에 빠진 리버풀의 구세주가 되리라는 기대가 집중되어 있었기에 관심이 다소 부담스러운 듯했지만, 침착한 태도로 대응했다.
“제가 기적을 일으킬 거라 생각하는 분 계신가요? 저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선수 시절 아주 평범했고, 독일에서 감독이 되어 마인츠와 도르트문트라는 특별한 구단을 7년씩 이끄는 훌륭한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제 리버풀에서의 감독 생활을 즐기고 싶네요. 팀에 올 때보다는 떠날 때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생각할지가 더 중요합니다.”
자신을 평범한 사람이라고 소개한 인사말 때문에 클롭에게는 ‘노멀 원’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2004년 첼시에 처음 부임할 당시 자신을 특별한 존재, ‘스페셜 원’이라 소개했던 주제 무리뉴 감독과 대비되는 소탈한 캐릭터에 딱 맞는 별명이었지만, 리버풀 감독직에 임하는 클롭의 자세는 절대 평범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취임 기자회견으로부터 9년간 클롭은 성공적으로 리버풀을 이끌며 팬과 팀의 결속을 더욱 단단하게 하는 지도력을 꾸준히 발휘해 왔다.
그 과정에는 리버풀의 빛나는 선수들이 있었다. 완벽한 선봉장 호베르투 피르미누, 클롭의 믿음직한 왼팔 사디오 마네, 리버풀의 유일신 모하메드 살라, 세계 최고 수비수 버질 판 다이크, 리버풀의 약점을 무기로 바꾼 골키퍼 알리송 베케르, 스무 살에 최고의 풀백으로 인정받은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 마침내 인정받은 영웅 조던 헨더슨, 모든 감독이 꿈꾸는 풀백 앤드류 로버트슨, 리버풀의 믿음직한 등대 파비뉴가 그들이다.
그리고 상반되는 스타일로 각자의 팀을 이끌며 서로에게서 교훈을 얻고 함께 발전해 나간 라이벌, 펩 과르디올라도 리버풀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클롭은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부터 바이에른 뮌헨까지 과르디올라의 지도를 받았던 미드필더 티아고 알칸타라를 영입해 중원에 새로운 무기를 장착했고, 과르디올라 또한 신체 능력이 탁월한 스트라이커 엘링 홀란을 영입해 때로는 한 번의 긴 패스를 통한 빠른 역습을 선보이며 2022/23시즌 트레블 우승을 차지했다.
이제는 두 감독의 전방 압박과 포지션 플레이를 모두 활용하는 새로운 세대의 감독들이 속속 등장하며 전술 트렌드를 더욱 빠르게 바꿔 가고 있다. 리버풀의 새로운 감독이 될 아르네 슬롯 또한 그 대표 주자 중 하나다.
『위르겐 클롭 - 선수 17』은 리버풀의 새 감독 아르네 슬롯의 취임을 앞둔 시점에서 클롭이 리버풀에서 보낸 9년을 시즌별로 구분하고, 그 시즌마다의 중요한 인물들을 중심으로 자세하게 돌아보는 책이다. 9년간 리버풀은 팬들과 함께였기 때문에 기쁨이 배가 됐고, 이는 결국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축구는 팬들과 함께 팀의 서사를 만들고, 환희와 좌절의 순간들을 공유하는 것으로 성공을 쌓아간다. 그런 의미에서 축구는 결과의 비즈니스이자 과정의 비즈니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