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무엇일까? 빌 공, 사이 간. 아무것도 없이 비어있는 어딘가, 그리고 무엇과 무엇 사이의 채워지지 않은 간격 혹은 간극. 하지만 이 허전한 두 글자의 만남이 탄생시킨 개념이라기엔 우리에게 공간은 무언가로 가득 찬 하나의 덩어리처럼 다가온다. 비워진 그곳, 띄어진 사이들을 채우는 것은 무엇일까? 그에 앞서, 그 채움의 주체는 누구일까? 어쩌면 ‘공(空)’ 그리고 ‘간(間)’은 채우는 이, 채워질 것들이 있을 때 비로소 의미를 찾는 역설적인 개념체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우리 일상의 공간을 채우는 이들, 그리고 그들이 채워낸 것들에 대한 소고들로부터 시작됐다. 건축가이자 건축학자, 교육자로서 공간을 경험하고 공부하며, 마치 공기처럼 우리의 존재와 분리할 수 없는 공간의 소중함이 가벼이 여겨지거나 심지어 다른 가치에 쉽게 매몰되어 버리는 많은 순간들을 마주했다. 그러한 경험들의 축적은 우리의 다양한 공간들에 담겨 있는 의미들을 굳이 꺼내고 드러내 분명하게 해야겠다는 작은 다짐으로 이어졌다. 이에 필자는 2017년에서 2018년에 걸쳐 이데일리의 ‘현창용의 공간·공감’이라는 제목의 기고를 통해 시의성 있는 공간적 이슈들, 그리고 그 이슈들에 갇혀 읽혀지지 않는 공간의 가치, 의미, 이면, 미학을 짤막한 문장들로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