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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조금 오래 그리워해도 좋을

아직은 조금 오래 그리워해도 좋을

  • 강정숙
  • |
  • 문학의전당
  • |
  • 2024-06-12 출간
  • |
  • 112페이지
  • |
  • 126 X 195mm
  • |
  • ISBN 9791158966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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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의미는 대상 자체에 있지 않다. 의미는 대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에 달려 있다. 한여름 나무의 짙은 푸르름도, 타오르는 저물녘의 붉은 노을도, 혹은 녹아 흐르는 초봄의 강물조차도 그 자체로는 어떠한 의미도 없다. 오직 그것을 바라보는 인간에 의해서만 유의미한 사물로 거듭난다. 그렇기에 하이데거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세계(世界)’란 인간의 의지와 관계없이 내던져진 존재의 무대에 불과할 따름이기에 본질적으로 무의미하며, 오직 세계-내-존재에 의해서만 유의미해질 수 있다”고.
그럼에도 세계는 우리의 눈에 의미로 가득 찬 충만한 세계인 것처럼 감각된다. 눈에 비친 무수한 아름다운 사물들이 본원적으로는 우리와 아무런 관계도 없으며 어떠한 의미도 내포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을 만큼, 세계는 우리를 향해 무수한 의미의 손짓을 보낸다. 사계절의 흐름에 따른 자연의 역동은 그 자체로 강력한 메시지가 되며, 인간은 그러한 자연의 모습을 바라보며 생에 대한 의미를 포착한다. 정녕 세계 자체가 인간과 아무런 관계도 없으며, 본원적으로 무의미한 것이라면, 우리는 왜 자연의 역동 속에서 무수한 의미를 포착하고 이를 언어화하는 것일까. 그것은 인간이 자신의 눈에 비친 모든 사물에 자신을 투영하며 사물의 역동을 의미의 체계로 받아들인다는 본능 때문이다. 인간의 의미 부여 행위는 의식적일 뿐만 아니라 무의식적인 것이기도 해서, 자신의 눈에 비친 모든 사물과 현상에 자신의 경험을 투영하고 의미를 포착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인간은 사물을 통해, 세계를 통해, 자신을 반성적으로 발견한다. 매 순간 우리를 향해 손짓하는 충만한 의미의 세계란 뒤집어 말해 내 안의 언어화되지 못한 의미들이 눈앞의 사물을 경유하여 의미화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눈앞에 둔 강정숙 시인의 시집, 「아직은 조금 오래 그리워해도 좋을」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 시집은 시인이 정련해 낸 수많은 시적 공간이 무수한 적층을 이루며 세계가 지닌 부단한 면모를 다채로운 모습으로 보여준다. 때로는 “반 접혀 홀로 삭는 산모롱이 너와집”(「구절리 옛집」)을 바라보며 그 속에 뉘인 시간을 바라보고, 또 한편에서는 “달빛 아래 부석사”(「그 가을, 부석사」)를 바라보며 부석사 그늘에 맺힌 시간을 바라본다. 그뿐일까. 무수히 많은 공간이 강정숙이라는 시인의 눈을 거쳐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니, 그 모습이란 실제의 공간을 넘어 독특한 언어적 미감을 포괄한 고유한 시적 공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원대리 자작나무는 결마다 상처다
부대끼지 않으려고 제 가지 떨군 자리
흉터로 무늬를 새겨 한 풍경 이룬 숲

견디며 사는 게 어찌 그들뿐일까
부딪치고 멍들어도 서로를 에두르며
빛나는 생의 한때를 꿈꾸는 게 아닌가

들켜버린 마음인가, 잎잎 발그레하다
발등 부은 한나절이 바람 따라 쓸리고
미답의 우듬지 새로 축복 같은 볕이 든다
- 「자작나무 숲에서」 전문

인용한 시에서 시인은 자작나무 켜켜이 선 숲의 모습을 바라본다. 자작나무들이 빚어내는 독특한 밀집도가 특징적인 이 시에서, 나무들의 특징적인 공간감은 시인의 눈을 거쳐 서로에 “부대끼지 않으려 제 가지 떨군 자리”로 다시 빚어진다. 자작나무가 빚어내는 이 독특한 밀도는 이윽고 “부딪치고 멍들어도 서로를 에두르”는 의인화된 모습으로 시화(詩化)된다. 눈에 비친 사물들의 세계를 바라보며 그곳의 특수성을 식별해 내고, 이를 특유의 미감 어린 언어를 통해 묘사하며 시적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시인의 방식이다.
사물은 시인의 고유한 내면을 통과해 특수한 의미를 부여받으며, 무관계한 사물의 세계 또한 서로를 에두르는 특수한 공동체의 모습으로 재탄생한다. 이를 간추려 말하자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사물은 시인의 눈을 거침으로써 비로소 무정한 세계에서 벗어나 고유한 의미망의 세계로 진입하게 된다고 말이다. 이처럼 시인의 독특한 시각이 있기에 자작나무 숲에 쏟아지는 한 줄기 햇살은 “미답의 우듬지 새로 축복 같은 볕”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리라.
- 임지훈(문학평론가)

목차

제1부
미안하다, 몸 13/봄밤 14/저녁의 나무 도마 15/별리 16/봄날은 가고 17/애련 동백 18/내 사랑 우도牛島 20/숲 21/사과의 거처 22/오늘은 상품이다 23/천 개의 입 24/구절리 옛집 25/가을 소묘 26/그 가을, 부석사 27/12월 28

제2부
오리의 시간 31/낙과 32/자작나무 숲에서 33/시인의 밥 34/오래된 집 36/통영 37/내상 38/언덕 39/국경 없는 잠 40/이명耳鳴 41/세렝게티 42/먼 사랑 43/냉이꽃 한나절 44/말리다 45/섬 46

제3부
후일담 49/위험한 동거 50/찔레꽃 51/겨울을 건너는 일 52/9월 53/그 저수지 54/진도 바다 55/유월에 병을 앓다 56/저, 하현 57/나를 빚다 58/무릎 안부 59/흐린 날의 풍경 60/이상향을 찾아서 61/개망초처럼 62

제4부
흉터의 힘 65/소금이 올 때 66/살구의 거처 67/동백 유서 68/향기에 찔리다 70/오늘 아침 71/연꽃 질 때 72/봄날도 고운 봄날 73/보름달 74/산그림자 75/사진 한 장 76/개똥지빠귀 78/인도기러기 79/그늘에서 울다 80

제5부
내 것이 아닌 것들 83/그리운 것은 등 뒤에 있다 84/목숨 깊은 손 85/나를 스케치하다 86/지도에 없는 너 88/그해 겨울 89/소래 포구 90/능소화 피는 이유 91/그, 달팽이 집 92/장미석 94/나쁜 봄 95/풀들의 무덤을 지나며 96/데칼코마니 97/멀고도 오랜 다정 98

해설 임지훈(문학평론가)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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