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의 자유
지하도 출구에서 나온
공원 길 포차에는
지갑마저 빼앗긴 개미들이
헐렁한 주머니로 달콤한 가난을 즐긴다
입안 가득 떡볶이는 해방의 만삭
오랜만에 하루를 먹어도
또다시 짓누르는 배고픔
침묵하는 소나무가 살랑인다
매장의 유리 너머
자동차 휴대전화 메뉴판 로또…
부담 없는 곁눈질도 이젠 나비처럼 날아가고
정보의 도시는 감시자만 늘어난다
교활한 정치인의 황명(皇命) 같은 만능 법칙에
응급실에 갇힌 자유의 싹
틔워질 날 멀기만 해도
먼 곳을 향해 가슴을 두드린다
이 시는 현대 사회의 복잡한 모습을 담아냈다. 지하도 출구, 공원길과 같은 소시민의 생활과 맞닿아 있는 공간에서부터 시는 시작한다. ‘지갑마저 빼앗긴 개미’의 모습은 사회적 약자들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갑을 빼앗기고, 주머니는 헐렁하지만 그럼에도 살아가야 하기에 ‘달콤한 가난’을 즐기며 일상을 영위한다. 하지만 달콤할지라도 가난은 가난이라, ‘또다시 짓누르는 배고픔’으로 소시민적 일상의 현실을 냉소적으로 짚어 낸다. 이러한 갈증은 소시민적 일상의 차디찬 현실을 포착했다고 볼 수 있다. 소나무의 침묵은 이에 대한 안타까움과 분노, 혹은 이를 방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이야기한다.
이어서 현대 사회의 문화를 묘사한다. 자동차, 휴대전화, 메뉴판, 로또 등은 발전한 소비문화와 그와 함께 폭발적으로 증가한 정보량을 상징한다. 저자는 이러한 성장에도 어둠은 있음을 말하고자 한다. 급진적인 성장은 곧 부담이 되어 우리 곁에 자리할 것이며, ‘감시자’로서 우리를 지켜볼 것이라는 암울한 현실을 말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급실에 갇힌 자유의 싹’으로써 한줄기의 희망이 있음을 내포한다는 걸 짚고 넘어간다. 이러한 희망적 상징으로 하여금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우리를 그려 내면서 시는 마무리된다.
시의 메시지는 우리가 직면한 사회적, 문화적 현실을 깊이 있게 성찰하게 하며, 변화와 희망을 동시에 품고 나아가야 함을 상기시킨다. 이는 우리에게 단순한 감상 이상의 현실을 짚어 주며,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는 깊은 울림을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