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의 이면과 숱한 이미지들이 가리고 있는 진실에 관심을 갖고 주변을 관찰하고 사유해 온 글모음
명지전문대학 문예창작과에서 글쓰기와 소설이론과 창작을 가르치면서, 수필과 평론을 쓰는 저자가 살아오면서 마주하는 순간과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단상을 흘려보내지 않고 곱씹으며 사유의 자장을 넓힌 결과물이다. 세상의 그늘과 드러나지 않은 이면의 비애를 돌아보고 다른 세상과 삶에 귀를 기울이고자 하며 좋은 삶의 방향을 고민한 흔적들이다.
시간이 흐른 뒤 깨닫게 되는 것, 평화롭고 쾌적해 보이는 겉모습 한 꺼풀을 들추면 드러나는 이기심과 욕망들을 응시하며, 사실이라고 알려진 사실을 돌아보기를 멈추지 않으려는 노력의 흔적들이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을 소망하고 그 소망을 향한 걸음을 응원한다.
“내가 딛고 선 이 땅은 단단한 것일까, 안전한 곳에 제대로 정착한 것일까”(〈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 의심이 들어도, 절망은 금물이고 쉽게 낙심하지 말자고 다독인다.
“삶의 기쁨이란 거창한 성취에서 오는 것만은 아닐 터, 길 잃은 고양이나 개들을 돌보면서도 느낄 수 있으며 맛있는 음식을 좋은 사람들과 같이할 때, 환한 햇살 아래 있을 때, 싱그러운 바람을 느낄 때, 잔잔한 수면을 바라볼 때도 느낄 수 있는 것이다.”(〈안단테 칸타빌레〉)
그리고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비판하고 지적하기 이전에 이해해주고 웃음으로 포용할 수 있는, 나와 전혀 다른 성향이라서 이해할 수 없더라도 그대로 인정해주는 동네’를 꿈꾸는 한편으로,(〈나는 길치 버스기사입니다〉) ‘살아있다면 최선을 다해 살아보자는 마음’(〈우리는 살아 있으니〉)이 커지기를 소망한다.
이병일 시인이자 문학평론가는 “이 수필집은 보랏빛으로 가득하다. 보랏빛은 이 세계가 개관하는 시간이다. 저자는 사랑의 응시를 통해서 평범한 것들과 교감한다. 그 평범한 것들이 가장 비범한 것이라고 노래한다. 사람이 작아지는 순간에도 사람이 커지는 순간에도 자신의 삶을 대입시킬 줄 안다. 또 그는 문학적으로 뛰는 삶을 살기 위해, 자기 성찰의 계기를 만들어나간다. “내 삶은 어떤 모양으로 기억될 것인가”(〈서글프지만 담담하게〉)라고 자문한다. 그는 “좋고 나쁨을 명확히 가르기 어려운 시대”(〈우리는 살아있으니〉) 속에서 문학과 문학 아닌 것들을 위해 사유하고 또 사유한다. 나는 그 황홀한 사유의 힘에 감탄했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