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첫째로 소소한 것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가지고 시적 대상에 접근한다. 그러므로 큰 것 보다는 작은 것에 시선을 집중한다. 역사가 승자의 몫이라면 시인은 상처 받고 다친 것의 편, 작은 것에 시적 감동이 존재함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둘째로 신앙에서 오는 신뢰와 믿음을 아주 자연스럽게 풀어낸다. 더욱이 기독교 신앙에 바탕을 두고 한국 신앙시에서는 볼 수 없는 기독교의 핵심적인 내용을 보편적인 진리를 넘어서서 역사적으로나 세계사적인 문제로까지 내용을 확장시킨다. 또 시인은 역사에 대한 진지한 인식을 보여준다. 역사 속에 잊혀진 장소나 대상들을 찾아 이를 작품 속에 재구성하여 독자들에게 생생한 역사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민족에 대한 자긍심이 자신도 모르게 느껴지게 하는 역동의 힘을 가지고 있다.
- 이지엽 작품해설 중에서

우리들의 어머니이기도 한 어느 할머니의 절실한 뒷모습을 보여주는 시에서 당위한 여성 민중의 상징성을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따라서 시인의 시적 모티브는 신앙생활에서 다져진 인간 사랑과 믿음이 기초되어 있다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기독교적 상상력과 구도적 구원성이 신앙의 언어로 구현되고 있고, 수위 높은 문학성으로 승화되고 있는 것을 우리는 읽을 수 있다.
- 문창길의 발문 중에서

김홍섭의 시는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이 회복해야 할 것들의 간절함을 담고 있으며 타자를 적대시하는 삶에서 탈피할 때 비로소 함께 어울리며 물들어갈 수 있음을 주지시킨다. 말이 지니는 물질적 힘은 정신을 가로지르는 것에 있지 말의 화려함에 있지 않다는 시인의 태도는, 이상향을 만들어 도피하는 대신 메마른 현실 풍경을 걸으면서도 물듦과 어울림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환기한다. 김홍섭 시인의 시에의 초대는 자연이 말하고 우주가 말하고 그것을 옮겨가는 시인의 세계를 만나는 일이 된다. 그와 어울리는 의미를 통해 우리는 추락과 하강의 세계에서 비상의 주체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 염선옥의 발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