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주 빅뱅에서 인류 문명사에 이르는 사건들을 연대기적으로 나열한 빅히스토리(Big History, 대역사) 관련 서적들이 하나의 장르를 형성하면서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효율적인 독서를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성향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고, 시대가 융합적인 지식을 요구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세상과 자신의 근원에 관한 사람들의 호기심 때문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빅히스토리 유형의 책들이 갖고 있는 약점은 인류 지성사의 배경이 되어온 종교와 철학에 관한 언급이 없고 정작 세상을 바라보는 ‘나’가 빠져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종교와 철학의 관점을 빅히스토리와 접목하였고, 인류 문명사가 아닌 자아를 빅히스토리의 종착지로 삼았으며, 사람들의 관심사인 행복과 자아실현의 문제로 마무리하였다는 점에서 빅히스토리의 변종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종교, 철학, 물리학, 생물학, 심리학, 뇌과학, 행복론을 관통하는 맥락을 다루고 있다. 모든 것이 하나인 근원에서 비롯되었다면 모든 것의 배후에 근원적인 존재방식이 작용하고 있을 것이라는 저자의 믿음이 엿보인다. 이러한 저자의 시도가 얼핏 보기에 무모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검증된 지식과 저서들을 폭넓게 인용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들은 책을 읽는 동안 알게 모르게 흐름을 따라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한마디로 근원적인 현상들과 개념들을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는 종합 교양서라고 규정해도 좋을 것 같다.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은 이 책을 통해 지성적인 체력을 다지고 사고의 지평을 넓혀 보다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일상에 좇겨 독서의 여유를 갖지 못하는 중장년층은 자신의 지식과 생각을 효율적으로 정리해보면서 인문학과 과학을 관통하는 맥락 속에서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노년층들은 이 책을 통해 인류의 영원한 관심사인 삶과 죽음, 행복과 자아실현의 문제들에 대해 스스로 숙고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우주와 내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이것이 나의 삶에 무슨 의미를 갖는지 돌아보도록 안내하면서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내가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이 세상과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현대 문명의 중심에 있는 과학은 이러한 질문에 답을 줄 수 없기 때문에 독자들이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종교와 과학, 우주와 인간, 신체와 정신에 대한 보다 대담하고 새로운 이해를 통해 독자들의 지적인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함으로써 답을 찾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와 함께 이 책 속에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독자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저자의 진지한 고뇌와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싶어 하는 저자의 열망이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