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착을 넘어 의존이 되지 않게
소유 아닌 사랑으로 아이와 함께하는 법
많은 엄마들이 상담에서 고민을 토로하며 고백하는 말이 있다. “내 아이가 이럴 줄 몰랐어요.” 저자는 이때의 ‘내 아이’가 과연 진짜 눈앞의 아이인지, 내가 ‘상상한 내 아이’인지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설레는 기다림의 과정을 거쳐 아이를 만나는 엄마는 내 아이에 대한 기대와 바람을 가지기 마련이다. “건강하게만 자랐으면 좋겠어요.”라는 바람은 착하고 바른 아이, 말 잘 듣고 똑똑한 아이, 공부 잘하는 아이로 자꾸만 커진다. 하지만 엄마가 아이를 소유할 수 없음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진짜 내 아이와 만날 수 있다.
그렇다면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건강한 관계를 쌓기 위해 엄마가 아이에게 전하는 사랑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생애 초기 아이를 보호하고 양분을 주는 엄마는 아이에게 세상의 전부와도 같다. 단순히 아이를 먹이고 입히는 것에서 나아가 아이와 함께하는 엄마의 존재는 아이에게 살아 있음에 대한 감각, 삶을 향한 의지를 심어 준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아이는 엄마의 세계에서 분리되어 세상의 다른 존재들과 어울려 살아가야 한다. 이러한 이행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엄마에게 끊임없이 요구하는 아이, 엄마가 요구를 채워 줘도 만족하지 못하며 또다시 불안을 느끼는 아이가 되기 십상이다. 저자는 아이가 엄마와의 관계에만 고착되지 않도록 적절한 분리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역설한다. 엄마의 사랑은 이처럼 아이가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엄마의 울타리 밖으로 길을 열어 주는 사랑이어야 한다.
엄마의 사랑에 고착되기보다 세상을 향한 존재로
정신분석의 통찰에서 발견한 사랑의 본질
“학교 가기 싫어요.” 유치원과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그 생활에 잘 적응하는 아이도 있지만 아침마다 등교 전쟁을 치르는 집도 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저자는 근본적으로 아이가 ‘학생’이라는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일, 즉 세상을 이해하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신을 이름 짓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엄마의 아이, 가족 안의 자녀라는 자리에서 나아가 학생, 이웃과 같이 일정한 규범을 따르는 사회 속의 이름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특히 이때 아이보다 먼저 세상을 경험한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저자는 엄마 역시 ‘아무개의 엄마’일 뿐 아니라 다른 사회적인 이름이 있고, 아이의 사랑만이 아닌 다른 것을 갈망하며 결핍과 욕망을 지닌 존재라는 사실을 보여 주는 일이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엄마’와 ‘엄마의 아이’라는 관계 속에서 다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를 인정할 때에 진정한 사랑이 시작된다는 점을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공부하며 성장하는 부모들을 위한 책
저자 이수련은 이처럼 실생활에서 부딪히는 육아 고민과 상담 사례에서 시작하여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의 이면에 담긴 의미를 냉철하고도 섬세하게 들여다본다. 쓰지 않는 아이의 물건을 바로 쓰레기통에 버려서는 안 된다는 지침만을 전하기보다, 그를 통해 아이의 ‘소유’ 감각과 ‘상실’을 살펴보는 방식이다. 독자들은 그러한 아이의 소유와 상실이 한 인간으로서 오롯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일임을 설득력 있게 전달받으며 부모의 역할을 더 깊이 배울 수 있다. 아이가 자라나며 외부 세상으로 자신의 영역을 넓혀 가는 과정, 엄마의 말이 진정으로 담아야 하는 메시지, 보호자이자 삶의 규칙을 전하는 안내자인 부모의 모습, 금지와 제한을 통해 아이에게 세상에 대한 지적 욕구를 자극하며 배움을 키워 주는 과정까지, 저자의 통찰을 따라가다 보면 깊이 있는 사랑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