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월문학총서 출간 배경
지난 2011년 5월 24일,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광주와 대한민국을 넘어서 전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되었다. 이를 기념하여 〈5·18기념재단〉과 문학들 출판사는 지난 2013년 제1차분 『오월문학총서』를 전 4권(시·소설·희곡·평론)으로 발간한 바 있다.
〈5·18기념재단〉(이사장 원순석)과 문학들 출판사는 5·18민주화운동 44주년과 5·18기념재단 창립 30주년을 맞아 시·소설·희곡·평론·아동-청소년 부문 등 전 5권의 2024 『오월문학총서』(제2차분)를 〈오월문학총서간행위원회〉 엮음으로 출간했다(아동-청소년 부문은 7월 말 출간 예정).
● 오월문학총서 출간 의의
‘오월문학’은 한국문학의 ‘영혼’으로 존재해 왔다. 1980년 5월 이후부터 지난 2023년까지 각종 문예지와 개인 작품집, 오월문학제 행사장과 공연장 등에서 발표된 오월시와 오월소설, 오월희곡, 오월평론, 오월동화 등 ‘오월문학’의 ‘정수’를 총망라하여 한자리에 집대성함으로써 5월의 전국화, 광주정신의 세계화에 기여할 목적으로 2024 『오월문학총서』가 출간되었다.
특히 이번 『오월문학총서』 제2차분은 보수 논객과 유튜버 등에서 여전히 진행 중인 5·18 왜곡 문제를 바로잡고자 5월의 총체성 구현과 진상 규명(광주학살의 최고 책임자, 발포 명령자 문제와 암매장-행방불명자 문제 등), 5월 피해자들의 트라우마 극복과 해원에 대한 문학인들의 입장과 견해가 담긴 주요 작품들을 수록했다.
1980년 우리가 겪은 5·18광주민중항쟁은 동학농민혁명의 ‘민중’과 3·1운동의 ‘민족’과 4·19의 ‘민주주의’ 정신을 한곳에 응결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한국의 ‘근대’가 다다르지 못한 미지의 가치가 모두 이곳에서 질문되고, 다시 나아갈 출구를 이곳에서 찾았음은 물론이다. 그 무거운 경험을 안고 사는 동안 우리 눈앞의 전망은 맑은 적도 있고, 흐린 적도 있었다. 또 정권에 따라서 그날의 진실과 가치를 왜곡하는, 가위 인륜과 천륜을 벗어난 범죄적 방해와 폄훼가 계속되기도 했다.
‘오월문학’은 민주주의를 위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위대한 ‘시민정신’을 기억하고 있고, ‘절대공동체’라는 아름다운 ‘대동세상’을 소환했으며, 5월의 비극이 ‘분단체제’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게 했다. ‘광주학살’이라는 참담한 비극과 ‘해방광주’라는 환희의 영광 속에서 탄생한 ‘오월문학’은 좌절된 희망과 슬픔을 계승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삼라만상의 뭇 생명들의 소중함, 분단시대의 타파와 평화적 삶에 대한 간절한 소망으로 나아갔던 것이다.
그 어떤 경우에도 광주에서 그날의 참모습을 밝히려는 규명의 빛은 꺼진 적이 없고, 소위 ‘불멸의 공동체’라 명명되는 ‘오월정신’의 알맹이를 되찾으려는 노력 또한 멈춘 적이 없다.
● 2024 『오월문학총서』 1 - 시
2024 『오월문학총서』 시선집은 김형수(시인, 소설가), 이승철(시인, 한국문학사 연구가) 책임편집위원이 ‘오월문학의 정본’을 출간해야 한다는 각오로 그간 발표된 1천여 편의 작품들과 미발표 신작원고 중에서 총 205명의 시인이 쓴 5월시 205편을 게재했다. 그동안 ‘오월문학’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행동을 보여 준 시인들을 중심으로 시인 1인당 1편을, 총 6부로 나누어 수록한 것이다.
제1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월의 싸움은〉 시편에는 신경림ㆍ정호승ㆍ문익환ㆍ김정란ㆍ정용국ㆍ김사인ㆍ김완ㆍ고정희ㆍ오봉옥ㆍ이영진ㆍ김남주ㆍ김정환ㆍ박남준ㆍ정우영ㆍ박철ㆍ강세환ㆍ문병란ㆍ이강산ㆍ이하석ㆍ이은봉ㆍ류명선ㆍ리명한ㆍ박상률ㆍ이미숙ㆍ김희수ㆍ김경윤ㆍ조성국ㆍ양기창ㆍ양성우ㆍ윤재걸 시인이 쓴 “5월의 총체성, 5월의 민족사적 의미를 담아낸 작품”으로 구성돼 있다.
제2부 〈5월 21일, 도청 앞 광장에서〉 시편에는 나해철ㆍ허형만ㆍ한경훈ㆍ백수인ㆍ정민경ㆍ양원ㆍ박훈ㆍ김진경ㆍ이윤정ㆍ장우원ㆍ박석준ㆍ정대호ㆍ전기철ㆍ황형철ㆍ서화성ㆍ고광헌ㆍ고규태ㆍ박소원ㆍ송태웅ㆍ김윤환ㆍ김형수ㆍ김형로ㆍ최광임ㆍ정종연ㆍ김창규ㆍ최미정ㆍ박복영ㆍ박인하ㆍ이승철ㆍ박학봉ㆍ문창길ㆍ고성만ㆍ오미옥ㆍ김희정ㆍ이도윤ㆍ유진수ㆍ김애숙ㆍ정양주ㆍ이재연ㆍ이학영ㆍ강경아ㆍ김삼환ㆍ주명숙ㆍ강기희 시인이 쓴 “5월항쟁의 전개과정, 학살의 참상과 해방광주를 담아낸 작품”으로 구성돼 있다.
제3부 〈끝까지 쏴버리지 않은 아름다움〉은 황지우ㆍ고은ㆍ이인범ㆍ유국환ㆍ백정희ㆍ송용탁ㆍ임동확ㆍ장진기ㆍ홍일선ㆍ이시영ㆍ김수ㆍ박두규ㆍ박관서ㆍ박몽구ㆍ박홍점ㆍ신남영ㆍ김호균ㆍ홍관희ㆍ맹문재ㆍ한수재ㆍ안오일ㆍ한영희ㆍ김이하ㆍ최자웅ㆍ이철경ㆍ윤석홍ㆍ이형권 시인이 쓴 “5월의 상징적 인물, 5월 영웅들을 다룬 작품”으로 구성돼 있다.
제4부 〈망월동, 그 광활한 슬픔 앞에〉 시편에는 문정희ㆍ하종오ㆍ최두석ㆍ나종영ㆍ박선욱ㆍ조진태ㆍ김수우ㆍ박종권ㆍ김하늬ㆍ정원도ㆍ이종형ㆍ박노식ㆍ권위상ㆍ최기종ㆍ정완희ㆍ김용락ㆍ강영환ㆍ전선용ㆍ전비담ㆍ이복현ㆍ김수열ㆍ강회진ㆍ주선미ㆍ고명자ㆍ박세영ㆍ강대선ㆍ신현수ㆍ유은희ㆍ한종근ㆍ성미영ㆍ이경ㆍ신언관ㆍ김윤현ㆍ이규배 시인이 쓴 “망월동, 5·18민주묘역, 5월영령에 대한 추모 작품”으로 구성돼 있다.
제5부 〈5월의 순결을 목놓아 울어주자〉 시편에는 고영서ㆍ김여옥ㆍ이창윤ㆍ고선주ㆍ김황흠ㆍ채상근ㆍ이산하ㆍ임종철ㆍ유종ㆍ강형철ㆍ고재종ㆍ이상국ㆍ조서정ㆍ송진호ㆍ정윤천ㆍ권혁소ㆍ이송희ㆍ김명은ㆍ김해화ㆍ이철산ㆍ김명지ㆍ양문규ㆍ박철영ㆍ서승현ㆍ김성호ㆍ김옥종ㆍ김응교ㆍ양곡ㆍ오성인ㆍ홍성식ㆍ장숙희ㆍ조삼현ㆍ조성국ㆍ조재도ㆍ나종입ㆍ이상인 시인이 쓴 “5월의 트라우마 극복와 해원, 5·18 왜곡에 대한 진실규명을 담아낸 작품”으로 구성돼 있다.
제6부 〈산 자여! 따르라〉 시편에는 윤중목ㆍ이민숙ㆍ이효복ㆍ박영현ㆍ박정모ㆍ함진원ㆍ서애숙ㆍ이지담ㆍ백애송ㆍ석연경ㆍ송경동ㆍ윤기묵ㆍ정철훈ㆍ권성은ㆍ조정ㆍ강희정ㆍ박현우ㆍ조현옥ㆍ이미루ㆍ문귀숙ㆍ이상범ㆍ안준철ㆍ정세훈ㆍ김형효ㆍ김지란ㆍ박설희ㆍ김종숙ㆍ김인호ㆍ김정원ㆍ김요아킴ㆍ문계봉ㆍ김태수ㆍ서나루 시인이 쓴 “5·18정신의 부활과 계승, 살아남은 자의 자기다짐을 담아낸 작품”으로 구성돼 있다.
1980년 5월 이후 현재까지 각종 문예지와 개인 시집, 〈오월문학제〉 행사장에서 발표된 수많은 오월 시편들에서 이번에 새롭게 발굴한 2024 『오월문학총서』 시선집에는 책상 위에서 작성된, 가공되고 탐미적인 감정을 중심에 두고 있지 않다. 하나같이 5·18 현장을 직접 혹은 간접 체험하면서 그야말로 분출된 언어요, 격정의 산물이다. 그리고 그날로부터 44년이 지난 ‘지금 이곳’에서도 끝나지 않는 이 지난한 몸짓이 증명하는 사실은 오월광주에 관한 진실과 감각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해방되지 못한 채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또 그것은 어쩌면 이 같은 감정들이 아직도 시효를 끝내지 않은 역사의 연료임을 반증하는지 모른다. 어쨌든 우리는 여기 이 작품들이 자칫하면 역사적 서술 몇 줄로 요약되는 사료 속에 암장될 수 있는 기억들 위에 그날의 피와 살을 채워 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토록 뼈아픈 5월의 고통, 그토록 아름다운 5월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작품들은 광주시민들과 이 땅의 국민들에게 ‘역사정의 실현’이라는 새 희망을 안겨 줄 것이다.
그리하여 광주의 오월체험이 충분히 독자들에게 전달된다면 저 음험한 체제의 갈피들 사이에 그날의 우리가 서 있었고, 광주의 감수성이, 노래가, 시가 그에 합당한 분노와 사랑으로 마침내 인류사의 지평선과 마주할 수 있게 되었음을 확인할 것이다.
더불어서 어쩌면 우리는 그때가 되어서야 이 뼈아픈 기억을 온전히 극복할 것이고, 또 광주의 하늘에도 마침내 단테가 『신곡』에서 바라본 별이 뜰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