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5년. 건청궁에 불길이 솟고, 가죽 신을 신은 무리가 건청궁의 주인을 살해한다.
역설적이게도 존재가 미미했던 섬나라 일본은 ‘조선 왕비 시해 사건’이라는 패륜적 만행으로 세계에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선의 왕비는 그날 죽지 않았다. 치밀한 조심성과 준비로 화를 피한 왕비는 한 남자의 도움으로 그다음 생을 살아 나간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하고 유명한 이야기, 명성황후 시해 사건.
하지만 1895년 10월 6일, 을미사변 당시 명성황후가 시해되지 않고 그날 궁에서 살아 나왔다는 비밀문서가 러시아, 독일에서 발견되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사람들은 거기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에 “왜?”라는 의문이 생겨나고 “왕비가 죽지 않고 살아서 궁을 나왔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을 따라 자연스럽게 소설이 시작된다.
“우리가 침묵하지 말아야 할 때 침묵하는 것은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이고, 두려움에서 벗어날 때 진정한 자유와 평화를 얻을 수 있다.”
- 저자의 말 중에서
시대적 상황이나 배경이 정치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정치가 아닌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사라진 왕비』는 인간이 가진 두려움과 그로 인한 자유의 억압, 끊임없는 갈등과 다툼을 조명하며 그날의 사건과 인물들의 감정을 생생히 보여 준다.
일본에 의해 시해된 줄 알았지만 살아서 궁을 빠져 나온 왕비, 그리고 살아 있을지 모르는 왕비를 찾아 나서는 남자. 그 둘은 전혀 다른 삶을 살았고 대척점에 서 있지만, 같은 두려움을 안고 살아 오다 결국엔 각자의 내면에 숨은 ‘두려움’을 벗어던지고 자유와 평화를 찾아 나가는 모습에서 매우 닮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