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 한국
미국의 작가 마크 맨슨은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라고 표현했다. “물질주의와 돈벌이에 대한 집착은 강조하지만, 자기표현과 개인주의는 무시해서 엄청난 스트레스와 절망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는 못될지라도 이건 좀 너무하구나 싶어 씁쓸한 마음이 든다. 경쟁이 지나치게 과도한 사회, 물질만능주의에 빠진 사회,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사회에서 사는 우리는 너무 힘이 든다. 그래서 무심코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무시하고, 이주민에게 화풀이를 한다. 그러다가 자기혐오에 빠져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이런 반복되는 악순환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더욱 암울하게 할 것이다. 이제라도 차별과 혐오가 없는 세상, 인권을 존중하고 평등한 삶을 가꾸는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고정 관념, 이제는 깨야 할 때!
‘이슬람교’ 하면 9.11 테러와 탈레반이 떠오르는 사람들에게 “모든 무슬림은 테러리스트가 아니지만, 모든 테러리스트는 무슬림이다.”라는 말은 너무 쉽게 스며든다. 하지만 백인 테러리스트가 저지른 범죄 사건을 떠올리기만 해도 이 말은 바로 거짓임이 드러난다. 2000년대 이후 중국 동포를 범죄자로 묘사하는 영화를 많이 본 사람들은 ‘무슨 일만 터지면 다 조선족 탓’이라고 생각하고, 밤에는 그들이 많이 사는 동네에 가지 말아야 한다는 말도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인다. 하지만 객관적인 데이터는 중국 동포들이 범죄를 더 많이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 준다. 실제로 어린이들은 이렇게 잘못된 고정 관념이 크지 않은데, 부모나 사회의 잘못된 고정 관념을 쉽게 흡수하기 때문에 더더욱 인권 교육이 필요하다.
무심코 쓰는 차별의 말, 이제 그만!
“짱깨집 가자.”, “와, 저 흑형 멋지다!”처럼 뭐가 문제인지 모르고 무심코 차별의 말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당사자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니 쓰지 말라고 하면, 짱깨는 ‘장궤’라고 원래 있던 말인데 뭐가 문제냐, 흑형은 칭찬하는 말인데 뭐가 문제냐고 한다. 또 탈북민을 ‘새터민’이라고 지칭하는 게 좋은 표현인 줄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이 책에서는 짱깨가 괜찮으면 조센징도 괜찮은지, 백형이라는 말은 없는데 왜 흑형이라고 하는지, 새로운 터전을 찾아온 사람들은 많은데 왜 탈북민만 콕 집어서 새터민이라고 부르는지 등 이러한 말들이 왜 차별의 표현인지 하나하나 알려 준다. 상처를 주는 차별의 말은 이제 그만 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더욱 무엇이 차별의 표현인지 배워야 한다.
입장 바꿔 생각해 봐! 정곡을 찌르는 비유
좋은 얘기를 들어도 기억에 오래 남지 않아 안타까울 때가 있다. 상대방이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는데도 반박 논리가 떠오르지 않아 답답할 때가 있다. 정말 ‘입이 트이는’ 훈련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오찬호 작가는 정곡을 찌르는 비유를 통해 뇌리에 콕 박히는 메시지를 전해 준다. 게다가 재미있기까지 하다. 대구 사람이 사투리로 진지하게 말하고 있는데, 서울 사람이 재밌다고 하면 참으로 이상하지 않겠냐며, 중국 동포의 억양을 흉내 내지 말라고 한다. 탈북민을 좋은 뜻으로 새터민이라고 하는 건데 뭐가 문제냐는 사람들에게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만 따로 모아서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로 부르면 그게 배려겠냐고 되묻는다. 우리는 일상 이야기를 주로 나누면서 탈북민에게는 왜 자꾸 북한 이야기만 하냐고 묻고, 다문화 가정 구성원들은 분명 한국인인데, 왜 자꾸 “엄마가 어느 나라 사람이냐?”는 어리석은 질문을 하냐고 질책한다. 이슬람교를 배척하는 사람들에겐 외국에 유학 간 한국 학생들에게 그 동네 사람들이 ‘자살할지도 모르는 한국 사람이 같은 동네에 사는 건 안 된다’면서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현수막을 걸면 좋겠냐고 묻는다. 진지한 내용을 유머러스하게 전달하는 작가의 통찰력에 공감하게 된다.
다정한 시민이 되는 법,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
이 책에는 다정한 시민이 되는 법이 나온다. 중국 동포의 말투를 흉내 내지 않기, 편견을 없애 주는 다양성의 힘을 믿기, 무슬림의 신앙생활을 존중하기, 흑인의 피부 색깔을 가지고 농담하지 않기, 이주 노동자에게 한국의 문화를 강요하지 않기, 탈북민과는 ‘북한’ 이야기를 하지 말고 그냥 일상 이야기를 하기 등이다. 전혀 어렵지 않고,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간단한 내용이다. 또 궁금한 이야기와 명쾌한 답변을 통해, 원래 인종은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 주고, 차별을 이겨 내라고 강요하지 말고, 역차별 아니냐고 투덜거리지도 말자고 다정하게 이야기한다.
[시리즈 소개]
[다정한 하루] 시리즈는 모두가 존엄한 세상을 꿈꾸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버리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도록 기획한 책이다. 1권 장애, 2권 차별, 3권 동물권, 4권 빈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앞으로의 세상에서는 많은 이주민과 더불어 살아가야 할 텐데, 우리는 차별하고, 무시하고, 함부로 대한다. 의심과 두려움으로 가득 찬 내 안의 인종차별이 큰 문제이다. 또 사회적 약자는 누구나 될 수 있는데, 무관심하거나 불편하게 여긴다. 동물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동물에게 다정한 사람이 인간에게도 다정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아이들이 “밝고 따뜻하고 착하고 다정한 사람, 봄날의 햇살 같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