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나무에서 희망나무까지.
희망나무에서 더 멀리 행복나무까지.’
한봄의 소풍 같은 따뜻한 동화
『길모퉁이 구름김밥집』은 나무 사이를 달리는 용이의 모습을 따뜻한 봄빛으로 아름답게 펼쳐 낸다. 용이는 틈만 나면 달린다. 나무를 보며 달리면 쓸쓸한 마음을 달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판매를 하는 아빠는 늘 바쁘고, 엄마는 뉴질랜드에 유학을 가 있어 용이는 종종 외롭다. 하지만 그런 용이에게 두근거리는 순간이 찾아온다. 바로 열흘 뒤 열리는 봄 운동회에서 용이가 이어달리기 선수로 뽑힌 것이다. 설레는 마음에 아빠에게 문자를 보내지만, 아빠에게선 답장이 오지 않는다. 울적해진 기분으로 태권도 수업을 빼먹고 다시 달리는 용이. 집에 돌아와 오래전 아빠가 쓴 『길 위의 나무들』이라는 책을 펼치며 길모퉁이에서 본 이팝나무를 떠올린다. 용이는 아빠와 나무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달리고 싶다. 하지만 무뚝뚝한 아빠에게 솔직한 마음을 터놓기 힘들다. 이때 복잡한 용이의 심경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린 구멍김과 단무지는 용이의 마음이 쿵 떨어지길 기다린다. 어설프면서도 부지런히 용이를 쫓는 구멍김과 단무지의 귀여운 감시 활동은 쓸쓸한 용이의 이야기에 유쾌함을 불어 넣는다.
잘하고 싶은 마음, 실망한 마음, 보고 싶은 마음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나를 이해하기
아이를 위로하는 김밥을 만들겠다며 구름김밥집을 차린 구멍김.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용이를 김밥집에 초대하지만, 용이에게 맛있는 김밥을 대접하기는커녕 대뜸 요리사 옷을 입히고 모자를 씌운다. 김밥을 만드는 건 사장 구멍김도, 종업원 단무지도 아닌 바로 용이었던 것! 용이는 처음에는 자신 없어 하지만 천천히 마음을 들여다보며 재료 하나하나를 신중히 고른다. 고통스러운 기억부터 떠올라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용기를 내 진중히 제 마음을 되짚는다.
『길모퉁이 구름김밥집』은 쌀밥을 닮은 꽃이 피는 이팝나무, 우유빛 산딸나무, 벚나무 등 봄기운을 맞은 나무들을 아름답게 담아낸다. 누군가에겐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을 나무들이지만 용이에겐 쓸쓸한 마음을 달래 줄 친구가 된다. 이 책은 우리가 무심하게 지나쳤을 마음을 멈춰 바라보게 하는 이야기로 아빠를 신경 쓰느라 제 마음을 돌보지 못한 용이를 통해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이 무엇보다 소중한 경험이라는 걸 깨닫게 한다. 텅 빈 마음을 채우는 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다. 어린이들이 『길모퉁이 구름김밥집』을 읽고 얽히고설킨 마음을 하나씩 풀어 가는 경험을 해 보길 바라며, 용이처럼 마음과 나무를 연관 지어 나만의 나무를 상상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