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까? 참을까?
화장실을 참아야 했던 모든 아이에게 바치는 그림책
이야기는 오줌을 잔뜩 참고 있는 주인공 강이의 얼굴을 보여 주며 시작됩니다. 강이는 오줌을 참느라 얼굴이 샛노랗게 질렸지만, 친구들이 놀릴까 봐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말하지 못해요. 오줌으로 가득 차 수박처럼 빵빵해진 배를 만지던 강이는 문득 엉뚱한 상상을 합니다. ‘배꼽으로 오줌을 발사하면 나쁜 악당을 혼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럼 나쁜 공룡도 잡을 수 있겠지?’ 강이의 간절함이 만들어 낸 기발한 상상은 ‘오줌맨’이라는 가상의 캐릭터를 탄생시킵니다. 오줌맨은 불이 난 곳에 출동해 불을 끄거나, 가뭄이 내린 땅에 비를 내리고, 경찰이 놓친 도둑을 잡게 도와줘요. 이제 강이에게 오줌은 더는 부끄럽거나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닙니다. 자연스럽고, 정상적이며, 심지어는 재미있는 상상의 원천이 될 수도 있죠. 〈참지 마, 오줌〉은 오줌을 부끄럽게만 생각하던 강이의 심리 상태를 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아이들의 마음에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리고 ‘오줌맨’이라는 재치 있는 발상을 통해 화장실에 가는 행위가 부끄럽고 두려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코믹하게 풀어내고 있죠.
화장실 가는 게 부끄럽다고?
그럴 땐 외쳐 봐! ‘참지 마, 오줌!’
아이들은 30개월 전후로 화장실과 친숙해지기 시작합니다. 아이의 성장 속도에 따라 시기에는 차이가 있지만, 이때부터 본격적인 배변 훈련이 시작되지요. 아이가 배변 습관을 잘 들이기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의사를 제대로 표현할 줄 알아야 합니다. 제때 오줌이 마렵다고 말할 수 있어야 그다음 단계로 유연하게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모든 아이가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당당하게 의사표현을 하는 건 아니에요. 〈참지 마, 오줌〉은 평소 수줍음이 많아서 화장실을 참아야 했던 모든 아이에게 바치는 그림책입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다양한 이유로 화장실에 가기를 꺼립니다. 친구들과 노는 것이 재미있어서, 집이 아닌 새로운 공간이 낯설어서, 혹은 강이처럼 오줌 마렵다고 말하는 것이 부끄러워서일 수도 있죠. 이때 보호자가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면 아이들은 더더욱 부담을 느끼고 화장실과 멀어지기 쉽습니다. 아이를 다그쳐 민망한 상황에 놓이게 하기보단, 가벼운 놀이로 화장실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거나, 비슷한 처지에 놓인 인물이 등장하는 그림책을 보여 주며 긴장을 풀어 주는 것이 좋아요. 〈참지 마, 오줌〉처럼 귀엽고 무해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그림책은 ‘화장실 가기’라는 대장정을 앞둔 아이의 부담을 줄여 줄 좋은 대안이 될 거예요.
이야기 끝에서 강이는 마침내 용기를 냅니다. 강이가 ‘오줌이 마려워요!’라고 외치자, 아이, 어른, 강아지, 심지어 외계인(?)까지, 강이 주변에 있던 인물들은 모두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죠. 그 누구도 이상한 시선을 보내거나 놀리지 않습니다. 강이에게 보내는 다정한 지지와 응원은 처음으로 보호자와 떨어져 독립된 공간에 혼자 들어가야 하는 아이들에게 든든한 자원이 되어 줄 거예요. 아직도 화장실 가는 게 부끄럽나요? 오줌이 마렵다고 말하지 못하겠다고요? 그럴 땐 외쳐 봐요! 참지 마, 오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