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 중에 너와 내가 만났어
색깔이라곤 없는 하루, 엇비슷하게 반복되는 매일매일을 보내던 어느 날 "나"는 익숙한 퇴근길을 이탈하기로 마음먹는다. 도착한 그곳에는 나와 같은 풍경을 바라보다 버스에서 충동적으로 내린 "너"가 있다. 한강 선착장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의 머리 위로 해가 저물고, 그다음 장면에는 마치 책 속의 책처럼 보이는 속표지가 나타난다. 두 사람은 서로를 꼭 닮은 캐릭터로 변신해 나란히 오리배에 올라탄다. 그렇게 다시 열리는 하루하루는 완전히 새로운 빛깔이다.
사랑은 누구나 경험하는 보편적인 감정인 동시에 무엇과도 대치될 수 없는 개별적이고 유일무이한 사건이다. 『안녕, 오리배』 속에서 작가는 이 보편과 특수라는 상반된 속성 사이를 자유자재로 누비며 이주희다운 개성을 펼쳐 보인다. 비 오는 날의 낚시, 걸어서 떠났던 여행처럼 경험에서 탄생한 구체적인 일화들과 야구장, 카페, 한강과 남산 등 일상적인 시공간 위에서 펼치는 사랑스러운 이미지는 독자를 편안한 공감으로 이끌고,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선인장과 외계인이라는 신선한 캐릭터 조합부터 "슈퍼히어로 오리봇" "오리오와 줄리엣" 같은 명명은 웃음을 자아낸다.
그림책 작가 이주희가 표현하는 사랑의 모양
"우리 오래오래, 아주 오래 같이 있자.“
이주희 작가는 매일을 그림 한 컷으로 남기는 작업을 10년 넘게 계속해 오고 있다. 『안녕, 오리배』의 출발 역시 그 기록의 일부이다. 차곡차곡 그림으로 완성한 너와 나의 하루들이 99장 모였을 때, 작가는 그림을 선별하고 배열해 보면서 "우리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안녕, 오리배』가 지금까지 여러 권의 작품을 통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온 이주희 작가의 작품 세계 안에서 한 차원 다른 매력과 새로운 감동을 담아낼 수 있었던 까닭은, 그만큼 진솔한 마음이 오래오래 익으며 드러난 말간 사랑의 정수를 길어올려 완성한 작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안녕, 오리배! - 지금 내 곁의 너에게
둥글고 희고 단단한 "오리배"는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 가는 세계 그 자체를 상장한다. 그 속에서 우리는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환희를 느끼지만, 그만큼의 시련과 위기를 겪기도 한다. 하지만 함께 있는 한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우리의 이야기는 수없이 장르와 문체를 바꿔 가며, 다양한 인물과 사건, 배경을 섭렵하며 고유하고도 기나긴 한 편의 이야기가 될 테니 말이다. 나의 오리배는 지금 어디쯤을 지나고 있을까,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연인, 가족, 친구, 반려동물 등 곁의 소중한 누군가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는 이 책을 경유해 각자의 삶이 또 하나의 이야기로 태어난다. 『안녕, 오리배』가 연인 혹은 어른의 이야기로 그치지 않고 함께 존재하는 모든 사랑의 이야기로 읽힐 수 있는 이유이다.
“나와 너와 우리들의 오리배가 순조롭게 항해하기를!” _이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