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지금 교사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교사들이 겪고 있는 고통의 본질은 무엇인가?
교사들은 어떻게 해묵은 고통을 극복할 수 있는가?
교사들의 삶이 심상치 않다. 수많은 언론에서 이 시대의 교사들이 겪고 있는 무기력과 고통을 보도하고 있지만, 도대체 그 무기력과 고통이 어디에서 기원했는지를 설명하는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 교사들은 오랜 시간 고통받고 좌절했지만, 그 아림과 무너짐을 당당히 꺼내놓을 수 없는 ‘고통을 덮는 문화’ 속에 갇혀 있었고, 이 폐쇄적 힘은 협력과 존중이 아니라 경쟁과 서열을 강조하는 시대의 비정상성과 맞물려 교사의 삶을 꺾고 있다. 교사들은 이 해묵은 고통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저자는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선 우리 사회와 학교에서 소리 없이 작동하고 있는 ‘문화의 힘’에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고통을 덮는 문화의 가장 밑바닥에서 작동하고 있는 근원적 힘을 발견하기 위해서 ‘해부의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 힘들은 복잡한 현상들 아래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교사들이 겪고 있는 고통의 가장 밑바닥에서 작동하고 있는 근원적 힘을 발견하여, 그것을 ‘다섯 개의 덫’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교사가 자신의 일상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그것을 삶의 서사로 연결하는 문화를 가로막는 ‘반지성주의’, 이것 아니면 저것 중에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이분법적 세계관’, 학교가 마주한 다양한 문제를 교사 공동체의 이야기가 아닌 외부에서 가져온 거대한 이야기로 해결하려는 ‘식민주의’, 우리 사회가 숭상하는 자본과 경쟁이 아니라 생명과 협력을 노래하는 교사의 삶을 박해하는 폭력적 상호작용 방식인 ‘희생양 메커니즘’, 수치화와 계량화를 중시하며 교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직관을 베어가는 ‘과학주의’의 덫이 연쇄적이며 치밀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교사의 고통》에는 이렇게 해부한 고통의 근원적 요인인 ‘다섯 개의 덫’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도 함께 실려 있다. 이는 저자가 수많은 인문학 저서와 논문에서 발견한 상징을 교사의 상처와 연결하면서 발견한 인문학적 대안인 동시에, 경남형 혁신학교인 교방초등학교에 근무하면서 그 상징을 교육 현장에 적용해 보고 얻은 현실적 대안들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지금 교사들이 겪고 있는 고통의 본질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동안 명확하게 설명되지 못했던 수많은 상처와 어둠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교사들이 잃어버린 존엄의 삶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교사뿐 아니라, 교사의 삶을 꿈꾸는 예비 교사들과 교사의 삶을 응원하는 모든 시민에게 건네는 고통에 대한 해설서이다. 특히 저마다의 상처를 내면의 어둠 속에 밀어 넣어둔 교사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볼 만하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더 이상 고통을 숨기지 않을 용기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존엄과 연대의 삶을 시작하자는 외침이 귓가에 생생히 울릴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