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교사로 지내기가 쉽지 않을 때가 많다. 아이들 다루기도, 수업도, 행정도, 관계도, 그리고 교사이면서 동시에 부모 노릇하기도 다 쉽지 않다. 선생님들이 이야기하는 ‘교사 상처’는 다양하다. 제도로부터, 철학으로부터, 관계로부터 받은 서로 다른 상처들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교사들이 받은 상처 가운데 상당 부분은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교육 제도나 시스템에서 오는 피할 수 없는 것들이다. 즉, 모든 교사는 대한민국 교육 제도가 할퀴는 상처에 아파하면서 살 수밖에 없다. 제아무리 역량이 뛰어난 교사라 하더라도, 혹은 매우 긍정적인 교사라 하더라도 피할 수 없는 상처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에서 교사로 살면서 덜 상처 받고, 자신을 더 잘 돌보면서, 의미 있는 교사로 살기 위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선생님이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해진다.
정신과 전문의이자 ‘성장학교 별’의 교장인 저자는 교사들이 자신을 성찰하기 위해 첫 번째로 마주해야 할 과제는 “힘들다고 인정하기”라고 말한다. 교사들은 힘들 수밖에 없으니까. 또 한 가지 중요한 자기 인식은 나 또는 우리가 모든 문제를 능숙하게 해결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슈퍼 티처(super teacher)’ 또는 ‘아이언 티처(iron teacher)’는 목표에 다다를 때까지 끊임없이 스스로를 불태운다. 덕분에 타인에게 인정받게 되지만, 그 불꽃 같은 열정은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타들어 가게 한다. 학교 안에서 한 방울의 열정조차 불태우지 않는 ‘매뉴얼 티처(manual teacher)’나 ‘슈링큰 티처(shrinken teacher)’도 학교라는 공간에서는 죽어지내는 존재나 다름없다. 과잉 전략도 과소 전략도 아닌 균형 잡힌 삶을 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교사들은 외로운 존재다. 가장 큰 이유는 교사에게 적용되는 세간의 높은 기준들 때문이다. 교사는 아파도 결근하면 안 되고, 가르치는 실력이 부족해도 안 되며, 아이들 앞에서 나약한 모습을 보여서도 안 된다. 때문에 교사는 소리 내어 자신의 어려움을 말할 수도 없고, 다른 사람의 위로도 기대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기보다는 서로 경계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교사 집단의 문화는 동료 교사에게 마음을 닫게 만든다.
가장 치명적인 교사 상처의 조건은 ‘혼자 지내기’와 ‘홀로 하기’이다. ‘관계’ 혹은 ‘함께’의 가치는 큰 힘을 갖는다. 물론 혼자가 더 편한 사람도 있고, 혼자서는 절대 행복할 수 없다고 말하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혼자라면 불행해지기 쉽다. 교사는 혼자 지내기 용이한 조건을 갖고 있어서 더 위험하다.
그렇다면 교사를 치유하는 힘은 과연 어디서 나올까? 교사는 누구로부터 가장 큰 힘을 받을까? 말할 것도 없이 아이들이다. 교사의 행복에 아이들이 미치는 영향이 크기에 교사는 아이들과 가장 밀접하게 연대해야 한다. 교사의 핵심 정체성에 아이들 다음가는 요소는 가르침이다. 교사에게서 가르칠 자유를 빼앗으면 정체성을 훼손당하고 자신감을 잃게 된다. 따라서 존중에 기초한 가르침의 자유를 확보하는 일, 그 가능성을 확인하는 일이야말로 교사 치유를 향해 나아가는 기본적이고도 큰 걸음이다. 교사 치유의 마지막 단계는 ‘자긍심’이다. 교사는 자신을 정의할 때 우리의 미래를, 우리의 희망을 만드는 존재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자긍심만이 행복한 교사로 살면서 가르치는 일을 지속할 수 있는 원천이요, 지치지 않는 에너지가 되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