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추억의 꿈, 실존적 인생론의 시학
양재영의 시편을 읽어 보면, 추억, 꿈, 희망, 아픔, 슬픔, 외로움 같은 시어들이 빈번하게 나온다. 이 같은 어휘들은 그의 시가 현실적 삶의 경험과 고뇌 속에서 인생론적인 경향의 시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는 사실을 짐작케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시가 통념적인 인생론적인 시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그는 삶의 인생론적인 기조 속에 현상학적 실존 논리를 평이한 언술 속에 내장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시인은 우선 희망과 추억을 동시에 읽어낸다. 시인에게 희망의 신기루는 내일을 지향하는 삶의 지표가 된다. 젊은 날의 꿈은 중년의 추억이 되고, 중장년의 꿈은 또 노년의 추억이 될 것이다. 추억은 단순한 감상적 분위기의 언어가 아니다. 기억과 함께 추억은 내일을 살아갈 추동의 정서적 자산이다. 시인이 “그 추억의 단편은 오늘의 전부이다”라고 한 까닭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노년을 견디게 하는 것은 추억의 힘이지만, 그 힘은 노년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표제시 「인생의 지휘자」에서도 읊고 있듯, 소년기 청소년기 청장년기 노년기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단계별 체험적 경험과 추억들이 누적되어 한 인격체적 인생을 완성해 가는 것이다.
-조명제 평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