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대를 잇는 세 여자의 "하영희 시인 데뷔 프로젝트"
영희는 “밖으로 나가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 몸이 아플" 만큼 활발합니다. 대구에서 오랫동안 노래 봉사를 했고, 핑크색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서는 일을 즐거워합니다. 주변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전거와 운전을 배웠으며, 체육회에서 단장도 맡아 체조를 지도했습니다.
영희에게는 엄마, 여성으로서의 역할을 비집고 나오는 끼가 가득했습니다. 이런 영희가 시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삼대를 잇는 세 여자가 모여 영희를 시인으로 데뷔시키기로 했습니다. 영희, 명수, 명옥, 소희는 문학 등단의 방식이 아니더라도 영희의 시가 아름다운 책의 형태로 갈무리되어 남기를 바랐습니다.
영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니 할매가 할 말이 많아서 글타.”
하영희 시집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핑크빛으로 살아가리라〉
여성과 소수자의 이야기를 펴내는 출판사 ‘허스토리’가 영희의 시집을 정식 출판합니다. 시집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핑크빛으로 살아가리라〉는 84세 노년 여성 영희의 시 80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시집에는 영희의 시와 더불어 딸 명수의 일러스트레이션, 손녀 소희와 나눈 코멘터리가 실려 있습니다. 영희의 시를 읽고 그린 명수의 일러스트레이션에는 자연을 관찰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녹아있습니다. 손녀 소희와 나눈 코멘터리에는 시 뒷편에 숨겨진 영희 삶의 역사뿐만 아니라, “시란 무엇인가?”하는 진솔한 질문이 담겨있습니다. 시를 쓰는 일이 영희에게, 또 우리 각자에게 어떤 의미인지, 시집을 읽으며 느껴보세요.
영희의 이야기가 가족과 친구를 넘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책을 펴냅니다.
책의 구성
이 시집은 크게 ‘시 파트’와 ‘코멘터리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시 파트’에는 영희의 시들을 시간 순, 계절별로 배치했습니다. 영희의 시에는 자신의 생활 반경에서 관찰하고 경험한 것들과 그에 대한 감정이 담겨 있었습니다. 특히 계절에 따라 바뀌는 자연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등장했는데요. 영희는 2022년 가을에 시를 쓰기 시작했고, 이 책에는 계절이 네 번 바뀌는 동안 쓴 시들이 등장합니다. ‘가을-겨울-봄-여름-가을’의 구성으로 영희의 시를 골라 묶었습니다. 시간 순으로 배치된 시들을 따라가며 독자들은 영희의 시가, 시쓰기를 거듭하며, 또 손녀 소희와의 대화를 거치며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포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코멘터리 파트’에서는 그런 변화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구체적인 영희와 소희의 대화가 실렸습니다. 또 소희와 시 이야기를 나누며 영희는 자신의 삶과 경험, 감정을 이야기해 주었는데요. 시인의 시에 얽힌 뒷이야기를 엿보는 것 또한 코멘터리 파트를 읽는 재미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