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희의 두 번 째 시집 [화석이 된 날들] / 처음 출판사
2019년 도전한국인상 소설 상을 수상한 김명희 시인. 그녀의 첫 번째 시집 [빈곳]에 이어 독자들이 그토록 기다렸던 그녀의 두 번째 시집이 드디어 나왔다. 만 십년 만이다. 눈부신 네온사인에 가려진 생의 사각지대.
그 배후에서 외롭고 소외된 채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을 위로해 줄 [화석이 된 날들]. 이번 시집은 도서출판 처음에서 심혈을 기울여 개정판으로 다시 내놓은 시선집이다. 시집을 펼치면, 수채화 같은 흑백사진들이 마음에 평온을 선사한다.
시를 쓴 그날의 메모까지 하나하나 일기장처럼 적혀있는 아주 특별한 시집이다.
현대시가 지향하는 서정의 극점을 예리하게 포착하는 시인으로 정평이 나 있는 그녀. 감성 불감증에 내몰린 현대인들의 의표를 찌르며 파고드는 서정시(詩)와 다수의 소설(小說)은 독자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 김명희의 시집 『화석이 된 날들』속에는 인생의 낮은 기압골을 치밀하게 미행한 문장들이 유독 눈부시다. 아프고 쓸쓸한 사람들의 한과, 오늘의 절망을 미소로 견디는 당신의 옆모습에 대한 기록.
그리고, 멀어지는 당신의 지친 등을 오래 쓰다듬는 시인의 시선이 따뜻하게 담겨있다. 갈수록 부박함이 횡행하는 요즘,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춰야한다.
아무 것도 단정할 수 없는 작금에서, 마음 속 환한 좌표 하나 챙겨두고 싶다면 김명희 시집 『화석이 된 날들』을 권한다.
김명희의 두 번째 시집『화석이 된 날들』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화석이 된 날들」, 2부 「귀고리가 있는 풍경」, 3부 「소읍의 생태학」, 4부 「시간의 그늘」에는 기존 시집과 달리 각 편마다 ‘시작 메모’를 친절하게 주석처럼 달았다.
이렇게 한 이유는, 올 가을 펴낼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김명희의 시창작지도법’ 출간에 앞서, 시를 처음 배우는 분들에게 1차로 작은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시를 쓰게 된 배경과 시적 대상들을 어떤 각도와 거리에서 발효시켜 시 행간에 안착시켜야하는지 그 방법과 에피소드들을 이번 시집에서 직접 들려준다.
김명희 시인은 이로써 독자들에게 한발 더 다가섰다. 시를 혼자 쓰고 고뇌하는 예비 시인들의 손을 잡고 그녀가 직접 자신의 시 속으로 걸어 들어가 산책하듯 대화한다.
김명희 시인은 외롭고 낮은 마을에 사는 이웃들의 친구다. 그들의 아픈 곳을 용케 알고 시(詩)로 따뜻하게 위로한다. 이웃과 이웃이 단절되어 냉혹하고 차가운 이 시대.
암울하고 지친 독자들에게 신신파스 같은 위로가 될 것이기에 기대가 크다.
그리고 『화석이 된 날들』의 첫 장을 넘기는 순간, 당신은 화들짝 놀라게 된다.
거기에는, 아주 오래전 당신이 어딘가에서 분실한 오후마저 출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