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진 밥벌이에 치여 외로움을 느낄 새도 없는 우리
- 예민해진 신경과 버석한 마음을 툭툭 달래는 시

인류 역사상 가장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이지만, 밥벌이는 왜 여전히 모질까. 주중에는 정신없이 일거리에 쫓기고, 주말에 간신히 숨 돌리는 일상을 반복하다 보면 몸은 축나고 마음은 낙엽처럼 메마르고 예민해진다.

『호모 스토리우스』는 현대인의 외로움과 고단한 일상을 간결하게 담아낸 시집이다. “숙소 같은 집에서 눈 붙이고, 전쟁터 같은 직장으로/쳇바퀴 도는 일상”(「도시」)과 ‘꼬물꼬물 일하고 사고 치고 시끄럽게 떠드는’(「올챙이」) 삶이 간결한 언어로 묘사되어 있다.

주말 빨간 날
내 영혼을 돌보는 날
주중이 되면 다시금 피폐해지고
반복되는 일상

나에게 구원은 있는가?
- 「구원」 전문

위의 시는 현대 직장인들이라면 백번 공감할 만한 내용이다. 주말만 바라보며 주중을 살아내지만 지친 현대인의 영혼을 달래기에 이틀은 너무나 짧다. 과연 구원은 있는가 한탄하는 마지막 행은 일요일 저녁 직장인의 심경을 대변하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도파민 중독’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온갖 자극에 노출되어 살지만 현대인들은 “돌멩이 같은 얼굴”(「관상의 실종 시대」)로 살아간다. 감각은 무뎌져 가는데 역설적으로 “심감대”(「심감대」)는 발달한다. 눈물 한 방울 나지 않은 메마른 표정 뒤로 외로움은 깊어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복작대는 가운데 있어도 기댈 수 있는 어깨는 없다. 총탄, 생활고가 아닌 외로움이 사람이 죽이는 시대다.

시인은 별반 다를 것 없어 보이는 하루하루, 찰나의 심상을 건져 낸다. 너무 사소해서, 너무 흔해서 나조차 잊고 있던 이야기를 보여 주며 말한다. 우리 모두는 사소하든 시시하든 저마다 이야기를 품고 있는 ‘호모 스토리우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