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m bap
국적 없는 놈들의 좌충우돌 영어 배틀
22년째 영어 공부에 매진했으나 제자리걸음인 ‘라이언’에게 팸플릿 하나가 던져졌다. “P시 영어마을 성인반 모집”이라 적힌 팸플릿을 보자마자 구겨버린 그에게 돌아온 대답은 권유가 아닌 협박, “Lion, Please”뿐이다. 일사천리로 짐을 싼 그의 앞에 승합차 한 대가 정차하더니 하이틴 영화에서나 볼 법한 외국인 ‘릴리’가 내려 다가왔다. 눈물을 머금은 얼굴과 울음을 억누르는 목소리도 잠깐, 부모님은 기다렸다는 듯 ‘라이언’을 보냈고, 결국 그는 승합차에 탑승한다. 그런데 승합차에 타 있는 구성원들이 어딘가 심상치 않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할 것 같은 백인 남자와 온몸에 문신이 가득한 남자, 잔뜩 울상을 짓고 창밖을 내다보는 어린아이였다.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었음을 직감한 ‘라이언’이 곧장 뒤를 도는 순간, 싸늘한 표정의 ‘릴리’가 차갑게 식은 목소리로 말했다. “뭘 봐? 가서 앉아.”
두 얼굴의 ‘릴리’는 서로 자기소개를 하라 시키며, “Only English!(오직 영어로)” “Full sentence(완벽한 문장)”으로 말하라고 한다. 별수 없이 좌우를 살핀 ‘라이언’은 백인 남자를 바라봤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벽안에 금발인 ‘보타’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한의 정서가 가득 담긴, 구수한 한국말이었다. 이어서 갱스터의 제스처를 선보이는 문신 가득한 ‘준’의 별명을 들은 ‘라이언’은 충격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일명 ‘LA 예절 주입기’, LA 출신 갱스터이나 영어는 결코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기에 영어마을에 도착하자 눈에 띄는 외국인 두 명에 ‘라이언’은 다시 한번 시선을 빼앗긴다. K-POP을 좋아해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배우러 왔다는 중국인 ‘샤오’와 일본인 ‘시게루’와 한 팀이 된 ‘라이언’은 망연자실한다. 영어를 배우러 한국의 영어마을로 유학을 왔는데 도대체 이게 무슨 조합이란 말인가!
『한국이 싫어서』 이 사회를 『표백』한 장강명 추천!
“이런 미친 내용을 누가 믿어줄까?
만약 이 모든 것이 소설이라면, 작가의 머리가 이상한 것이 분명했다.” (315쪽)
붐! 그러나 작가 김준녕은 미치지 않았다. 미친 사람은 자신이 미쳤다는 생각을 하지도 않고 이런 문장을 쓰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작가가 미치지도 않았는데 소설은 어떻게 이런 미친 내용이 될 수 있었을까? 작가의 뛰어난 감각도 한몫했겠 지만, 그가 사는 세상이 그에게 광기의 재료를 많이 퍼다 줬기 때문이라고 본다. 어쩌면 남들은 그냥 넘기는 일상의 광기를 예민하게 알아차리는 것이 그의 감각 인지도 모르겠다. 잘 닦인, 뒤틀린 거울 같은 작가다. 이츠 어 트랩.
- 장강명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