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로 가는 여정의 중요한 변곡점, 제5공화국
이 책은 8년여에 달하는 제5공화국의 역사를 시기적으로 나눠 기술하되, 각 시기가 갖는 특성에 주목하며 논의를 전개한다.
첫 번째 주제는 유신체제가 남긴 정치적 유산에 대한 것이다. 10ㆍ26 직전 박정희 체제의 주요 인적 구조, 통치 형태의 특성을 분석하고 그것이 그 후 정치적 전개에 미친 영향에 대해 논의한다.
두 번째는 군사정권의 특성에 대한 것이다. 이와 관련된 시기는 10ㆍ26 직후 전두환과 신군부의 부상, 12ㆍ12사태, 5ㆍ17 이후 설립된 군사정부 시기까지를 포함한다. 이 장에서는 기본적으로 신군부가 갖는 군사정권으로서의 특성을 살피면서, 궁극적으로는 한국 군부정치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5ㆍ16군사정변 전후의 상황과 비교하여 논의한다.
세 번째는 제5공화국의 정치체제에 대한 것이다. 여기서는 헌법이나 정당법 개정 등 법적 개정뿐만 아니라 여야 정당의 창당, 정치인의 정치 금지와 충원, 국가보위입법회의 시절 개정하고 제정한 여러 법적ㆍ제도적 장치에 대해 살펴본다.
네 번째는 제5공화국의 주요 사건에 대한 것이다. 시간별로 사건을 나열하기보다 제5공화국의 특성을 상징하는 사건을 정치, 경제, 사회 차원에서 중점적으로 논의한다.
다섯 번째는 제5공화국의 억압체제에 대한 것이다. 그동안 민주화운동이라는 관점에서 이 주제를 다뤘다면 여기서는 역으로 억압체제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한다. 특히 유신체제와 비교하면서 제5공화국의 군부 권위주의체제의 억압적 속성을 분석한다.
여섯 번째는 87년 체제의 형성과 관련된 것이다. 한국의 민주화는 민주화운동 세력과 제5공화국 세력 간의 합의로 이뤄졌고, 그 결과 체제 전환의 과정 역시 두 세력 간의 논의를 통해 진행되었다. 이러한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87년 헌법 개정 과정이다.
마지막 주제는 제5공화국의 역사적 의미에 대한 평가이다. 제5공화국 시기는, 1979년과 비교할 때,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를 절박하게 소망하도록 만들었고, 군부 권위주의에 대한 강한 거부와 적대감을 사회구성원 다수가 공유하게 만들었다.
제5공화국 시기가 한국 정치사에서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한국의 권위주의체제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오늘날 한국 정치의 구조와 통치 형태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동안 이 시기에 대한 학술적 연구는 충분히 이뤄지지 못해서, 이 시기가 한국 정치사에서 사실상 공백으로 남아 있었던 것은 아쉬운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한국 현대사의 공백을 메워주는 학술적 움직임을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