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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공원에 달아는 없고

달아공원에 달아는 없고

  • 이달균
  • |
  • 문학의전당
  • |
  • 2024-05-08 출간
  • |
  • 120페이지
  • |
  • 준비중
  • |
  • ISBN 9791158966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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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현실을 떠난 사람은 없듯이 시도 마찬가지다. 고통과 상흔이 삶의 내용을 이룰 때 시언어는 바로 그 상흔에 의해 씌어진다. 『달아공원에 달아는 없고』에 실린 많은 시편들은 팬데믹에 묶여 있었던 고통을 체화한 듯 보인다. 고통에 처한 자는 그것을 벗어나기 위한 말을 하고, 마찬가지로 시인도 자신의 육체와 다름없는 언어를 붙들고 그 언어를 벗어나 부단히 새로워지려고 몸부림친다.
시작詩作에 관한 치열한 고민, 자기 성찰, 대사회적 발언을 담아낸 이 시집에는 서정과 리얼리티 감각이 첨예하게 배합되어 있다. 관념어로는 아포리즘을 피워 올리고, 화자의 직·간접 경험이 녹아 있는 서정에는 가늠키 어렵고 변화무쌍한 인간사의 음영이 드리워 있다. 표제시에서 보듯이 없는 것으로부터 있음을 유추하는 이달균 시는 덧없는 삶의 내면을 천착하면서 시작된다.

악어라 불리는 사내가 있었다
눈빛은 달빛에 벼린 칼날처럼 차가워
냉철한 포식의 순간을 숨죽이며 기다린다

주파수는 언제나 낮은 곳을 향한다
모였다 흩어지는 개미들의 두런거림
이빨이 자라는 만큼 귀도 함께 자란다

모니터에 찾아온 악어새를 데불고
낮고 느린 음악에 생각을 데우며
고요한 늪의 시간을 묵상으로 이끈다

드디어 장이 선다 먼지가 밀려온다
지축을 흔드는 누 떼의 움직임
벼려온 칼을 던져라 과녁이 바로 여기다
- 「펀드매니저」 전문

이달균은 이전과 현재를 아우르는 감수성의 소지자로서 자신이 쓰는 글이 현대시조임을 잘 알고 있는 시인이다. 이전이 없다면 현재도 없는 이치를 순연하게 받아들여 시적 쇄신을 이어가는 그의 작업에서 돋보이는 점은 이전 것을 빌어 현재를 환기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언어의 경제적 운용에 적격인 시조 형식에다 이 시대에 편재한 갖가지 증상들을 압축해 넣는다. 백석의 마음이 되어 애인이 떠나간 통영을 배회하면서 인간의 감수성은 세대를 초월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든지, 충무공이 현신한 듯한 서른 편의 연작에서 이 인물의 영혼에 어린 고뇌를 현대 인물의 그것으로 치환하는 시적 전환에서 이런 점이 두드러진다.
- 김효숙(문학평론가)


■ 책 속에서

시계를 안 본 지 일 년이 되어가네요
손목이 가늘어지니 자꾸만 미끄러져
서랍에 넣어둔 것이 벌써 지난가을입니다

환자복 입은 햇살이 시한부를 사는 오후
그녀의 손편지에 지문을 그려 넣다가
불안한 기침에 지는 구절초만 바라봅니다

창을 기어오르는 곤충이 기울 때마다
한기는 겨드랑이에서 등으로 옮겨가고
며칠째 변비를 앓는 가을비가 스산합니다
- 「손편지」 전문


어제 한 화가의 부음訃音을 들었습니다
코끼리 어금니를 닮았다는 바닷가
내 안의 나이테를 헤며 가만히 걸어봅니다

딱히 추억할 일도, 버려야 할 무엇도 없이
적막에 기대어 이름 불러보지만
세월은 너무 견고하여 몰입은 쉽지 않네요

안개인가 어스름인가 섬들 지워지고
둔탁한 생각들이 발끝으로 밀려날 때
태양은 시한부로 지는지 붉음을 더해가네요

바람의 반대편으로 이주하는 새들은
비진도 어느 깃 접을 숲이나 봐두었는지
선두의 힘찬 날갯짓이 이른 밤을 재촉합니다

해진 마음이야 이쯤에서 기워야겠지만
밀물의 거리를 재는 달빛이 밀려들어
일몰은 늘 하는 일인 양 어둠을 불러옵니다
- 「달아공원에서」 전문


천천히 걸어보게 시간은 너의 편이야
마지막 음악은 그리 쉽게 끝나지 않아
고독한 월계관을 쓸 날도 그리 멀진 않았어

지상의 끝까지 뛰어본 마라토너도
십자가를 진 사람도 종말을 말하진 않아
얼마쯤 걸어왔느냐고 가끔 묻긴 하겠지만

언젠가는 보청기에, 커피를 쏟는 일도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지 않을 만큼
담담히 오늘을 건너는 연습이 필요하지

궁금하지 않다는 건 참 다행한 일이야
어제 누굴 만났는지 무슨 책을 읽었는지
그렇게 물음표보다 느낌표로 다가가야지
- 「친구를 위한 詩」 전문


오늘도 화급한 마차 요란히도 달려간다

혜민서 의원들은 동의보감東醫寶鑑, 의방유취醫方類聚…… 온갖 의서 펼쳐놓고 궁리란 궁리 다 했으나 묘약은커녕 이렇다 할 묘책 없어 발 동동 구르는데 환자는 늘고 의녀醫女도 모자라 겨우 처방이라 내놓은 것이 임금 체면에 도시 입에 올리기도 민망한 칙서라니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입마개를 하시오.”
- 「칙령勅令-난중일기 21」 전문


그래 난 ‘개’ 氏다
개살구에 개뼉다구

꿈마저 개꿈에다 재물은 개털이요 인생은 개뿔이라, 악쓰고 외쳐봤자 개소리에 개나발, 아서라 옆집 개는 서방보다 윗질이며 집안 서열 첫째인데, 옳거니! ‘개’ 氏는 위대하다 개밥에 도토리들아 개다리소반에 밥 올리고 조아려라

성차별 역차별 넘어
원죄적 차별이 있다
- 「개밥에 도토리-난중일기 32」 전문


너울이 이랑이라면 밥배나 불려줄걸

물 긷는 물동이엔 노을만 출렁이고

봉긋한 찔레 무덤은 고봉밥처럼 눈부시다

이팝꽃 조팝꽃은 왜 봄에만 피어나나

모 심을 땅이라곤 다랑논 몇 뙈기뿐

한평생 먹은 쌀말이 얼마나 될까부냐

밀기울의 땟거리로 물질 나간 첫새벽을

그예 하염없이 수평선 너머로 간

허기진 이녁을 위해 비손 또 비손하다
- 「밥무덤」 전문

목차

제1부
펀드매니저 13/정진精進 14/손편지 15/그러거나 말거나 16/풋눈 17/후투티가 오는 저녁 18/환여동 바다 19/봄 노래 20/2월 바람 21/달아공원에서 22/블라디보스토크에서 24/무학산 25/전설 26/예순의 숲 27/해바라기와 장마 28

제2부
친구를 위한 詩 31/낮달 32/차이 33/소월素月 생각 34/화석 35/돛 36/북극성 37/반달 38/구차한 변명 39/파초 40/섣달그믐 41/소녀, 봄을 찍다 42/백일홍 3 43/찔레꽃 44

제3부
역병 47/칙령勅令 48/해운대 49/어느 마지막 포수의 말 50/대꽃 52/빗방울 53/사궁두미 54/가장자리 55/질문 56/장송長松의 말 57/순교 58/잡목 59/개밥에 도토리 60/바람 61/박물관에서 62/합강정合江亭 귀거래사歸去來辭 63/버려진 역기力器 64

제4부
바람 노래 67/허언虛言, 강선덕님 왈 68/문답 69/의義 70/물거품 71/또랑광대의 노래 72/트집잡기 73/변립卞岦, 적석산에 마지막 말을 이르다 74/독거 76/나랏말싸미 77/토끼의 점령 78/흑룡강 하구 79/백석, 통영에 와서 80/인공지능 81/비빔밥 82/탑바위 83/우리들의 제국 84

제5부
밥무덤 87/못의 운명론 88/사람과 소 89/설중매 90/7월 91/밤 하나 떨어졌을 뿐인데 92/깜박이 93/능소화 94/함안 둑방 95/건초더미의 불꽃 96/쥐오줌풀꽃 97/어떤 부음 98/작별 인사 99/봄 100/이발소 최씨 101/의처증 102

해설 김효숙(문학평론가)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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