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의 대상 독자 ◈
이 책의 의도는 컴퓨터 과학자, 공학자, 수학자 그리고 충분한 수학 지식을 갖고서 이 주제에 관심을 가진 누구에게나 양자 컴퓨터를 다뤄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벡터 공간, 선형변환, 고윳값, 고유 벡터와 같은 학부생 수준의 기본적인 선형대수학 개념이 사용된다. 몇몇 절은 더 어려운 수학을 요구할 것이다. 8.6.1절, 8.6.2절, 부록 B, 11장의 대부분에서는 군론에 익숙해야 할 것이다. 군론은 상자 안에서 설명할 것이다. 다만 군론에 대해 배운 적이 없는 독자라면 군론을 다룬 교재의 도움을 받거나 이 절들을 건너뛰어야 할 것이다.
◈ 옮긴이의 말 ◈
최근 과학계 뉴스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양자 컴퓨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 과학계뿐만 아니라 산업계 전반을 비롯한 국가적인 관심까지도 받는 중이다. 이는 아마도 예전에는 단지 이론적 가능성에 불과했고, 공상과학 소설에서만 등장하는 환상의 존재였던 양자 컴퓨터가 이제는 가까운 미래에 실용적인 수준에서 사용 가능하다는 판단이 서기 때문이리라. 이에 따라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세계적인 컴퓨터 기업에서 양자 컴퓨터에 대한 연구와 투자를 하고 있다.
양자 컴퓨터가 관심을 받는 이유는 고전 컴퓨터에서는 현실적으로 빠르게 풀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 문제를 유의미한 시간 내에 빠르게 풀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양자 컴퓨터에 대한 연구가 양자역학 자체를 더 깊이 이해하고 기초과학을 더 발전시키는 등 전반적인 물리학 연구에 주는 함의가 충분히 있겠으나, 기초과학을 벗어나 컴퓨터공학, 암호학, 경제학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것은 고전 컴퓨터를 초월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많은 사람이 양자 컴퓨터에 대해 관심은 갖고 있지만 실제로 양자 컴퓨터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이는 많지 않다. 양자 컴퓨터의 작동 원리의 바탕이 되는 양자역학을 이해하는 것부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양자 컴퓨터를 이해하려면 양자 상태로 이뤄진 큐비트, 그 큐비트의 얽힘, 얽힌 큐비트에 작용하는 양자 연산자와 같은 개념을 이해해야 하는데, 이와 같은 양자 개념을 고전적인 컴퓨터 이론에서 배워 온 비트와 논리 게이트 개념으로 설명하려고 들면 혼란에 빠질 뿐 제대로 이해하기가 어려워서이다. 아마 20세기 초에 양자역학이 고전역학을 대체하는 것으로 소개됐을 때 물리학자들이 받은 충격을 고전적인 컴퓨터 이론을 공부한 현재의 컴퓨터 엔지니어들이 양자 컴퓨터를 배워야 할 때 고스란히 받을 것이다.
문제는 그 작동 원리를 몰라도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해 실생활에 현실적 도움을 주고 있는 고전 컴퓨터와는 달리, 이제 갓 태어나 그 쓸모를 찾기 시작하는 양자 컴퓨터는 작동 원리를 알지 못하면 고전 컴퓨터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점이다. 먼 미래에 양자 컴퓨터가 대중화되고 일상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그 원리를 모르고도 사용할 수 있겠지만, 현시대를 살아가는 컴퓨터 엔지니어들이 양자 컴퓨터를 사용하고 싶다면 어쩔 수 없이 고전 컴퓨터와 다른 양자적인 컴퓨터 이론을 공부해야만 한다. 이는 진공관을 이용해서 만들어졌던 초창기 컴퓨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진공관의 작동 원리를 대충이나마 이해하고 있어야 했던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고 양자 컴퓨터를 사용하기 위해서 물리학 전체를 다시 공부한다는 것은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격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 책을 추천할 수 있다. 큐비트, 양자게이트, 양자얽힘과 같은 기본 개념에서 시작해 쇼어 알고리듬, 그로버 알고리듬과 같은 중요한 양자 알고리듬을 다루고, 양자 엔트로피, 양자오류보정, 강건한 양자계산과 같은 전문적인 주제까지 훑어본다. 이 번역서가 부디 한국어판 독자들에게 저자의 매력적인 설명을 훼손하지 않고 전달하기를 바라며, 아울러 양자 컴퓨터에 관심 있는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보다 깊이 있는 주제들을 연구할 수 있는 기초를 다지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