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으로 쓰인 나무는 나무이되 나무 같지 않은 나무이지요. 그렇다면 덩굴이냐, 덩굴도 아니지요. 풀 같기도 한데 풀도 아니고 그러나 숲을 이루는 데는 제 나름대로 역할을 하는 나무이지요. 꼭 소나무나 전나무, 낙엽송처럼 굵고 우뚝한 황장목 같은 근사한 나무만이 숲을 이루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있는 듯 없는 듯 존재 가치가 희미한, 그러나 자기 줏대와 고집은 뚜렷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돈 없고 힘 없는 일년살이들도 숲을 이루는 데는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작가의 말
이문구는 ‘말을 다루는 솜씨가 탁월하며 특히나 고유어나 사투리에 능통한 소설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이문구의 문학세계를 특징짓는 가장 강력한 자원은 충청도 사투리로 이루어진 문체다. 유려한 토박이말과 생생한 입말이 살아 숨쉬고, 곳곳에서 날카로운 풍자와 풍유가 번뜩이는 그의 문장은 흐르는 물처럼 막힘이 없이 유장하다. 씹으면 씹을수록 깊은 말맛이 느껴지는 독특한 입담은 이 소설집에서도 예외 없이 빛을 발하고 있다.
[추천사]
『내 몸은…』에서 그의 토속어는 표준어보다 더 강렬한 호소력과 보편적 감응력을 지닌 언어미학의 경지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서 말은 이미 말 이상이다. 이 작품의 언어미학은 그의 인물들이 겪는 삶의 절실성 그 자체로부터 우러나오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적인 내용이 암울하면서도 독자는 더 강한 생명에의 의지를 이 작품에서 느낀다. 강한 부정이 스스로 강한 긍정이 되고 뜨거운 비판이 스스로 맹렬한 의지로 솟구치고 있다. 한 세계를 꾸준히 천착해온 작가가 마침내 이룬 이 변증법적 원융의 세계에 어떤 경의를 표하더라도 충분치 않을 것이다.
-‘수상작 선정의 말’에서
“이문구의 충청도 사투리와 풍요로운 풍유는, 대거리와 어깃장의 수사학은 높은 나무들이 우뚝 솟아 있는 저 엄숙주의의 숲을 이리저리 굼실거리며 돌아다닌다. 이문구가 엄숙주의와 ‘낭만적 가족 서사’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면 그것 역시 그가 소설 언어로 선택한 사투리의 힘일 것이다. 또한 그 사투리가 그를 풍속화의 화가로 만들었고, 농촌을 선택하게 했고, 저 엄숙주의의 숲 바깥에서 나무 아닌 나무들을 발견하게 했다. 천한 세상에 대해 고립을 실천하는 저 고집스런 나무들은 그렇게, 미친 모더니티의 타자로 우리 앞에 있다. 나는 그것을, 제유법을 활용하여 촌스럽고 우직스런 충청도의 힘이라 부르고 싶다.”
-서영채(문학평론가, 서울대 교수)
황홀한 느낌을 주는 표현을 자주 만날 정도로 재밌게 읽었다. 박완서(소설가)
그의 웃음에는 억지가 없어 좋고 쓰는 말이 시퍼렇게 살아 있다. 유종호(문학평론가)
빛나는 해학. 이청준(소설가)
이 작품은, 겉은 웃고 있지만 속에는 울음이 깔려 있다. 김주영(소설가)
형식과 내용의 조화점을 이렇게 집요하게 추구한 작가도 드물다. 김화영(문학평론가)
언어의 실험이 현실 인식의 깊이와 맞물려 있는 걸작. 정과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