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안녕!
안녕이 많은 날,
오늘은 모험을 떠나기 딱 좋은 날!
은행나무가
은행잎을 떨군다, 노오랗게
자전거 탄 아는 형이
휘파람을 불며 지나간다, 휘이 휘이잇
강아지 산책 나온 옆집 할머니가
손을 흔든다, 함빡 웃으시며
직박구리가 떼 지어 앉아
아는 척을 한다, 삐익 삐이이이익
안녕, 안녕!
안녕이 많은 날.
_〈안녕, 안녕!〉 중에서
매일 보던 은행잎이 노오랗게 떨어지고, 가랑잎 더미에서 어둠이 바스락 소리를 내고(「어둠이 바스락」), 봄의 연둣빛 부리에서 지저귐이 쏟아질 것 같은 날(「이제부터 연두」), 차영미 시인은 모험을 떠납니다. 시인만 모험을 떠나는 게 아니에요. 축구하는 아이 옷에서 떨어진 단추도(「모험을 떠나는 단추로부터」), 노오랗게 떨어지는 은행잎도, 어둠도, 연둣빛 부리 끝에서도 모험이 시작됩니다. 저마다 새로운 ‘안녕’을 기대하며 세상에 나옵니다.
차곡차곡 쌓이는 모험의 기분, 상쾌함, 쑥 자라난 느낌.
모험 같은 하루를 보낸 아이들에게 보내는 시인의 응원
이름 모를 새들이
나를 이끌고
낯선 표지판이
나를 안내하는
언덕 너머
언덕 너머
언덕 너머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곳까지 걸었지.
무지개는
거기 없었어.
그래도
나는 봤지.
돌아와
손을 씻다 본 거울 속
불쑥 커진 내가
그 속에서
웃고 있었지.
_〈너머〉 중에서
모험이 매일 즐거운 건 아닙니다. 길 가운데 오토카니 남은 강아지똥을 발견하는 날이기도 하고(「이게 아닌데」), 친구 없이 보내야 하는 심심한 날이기도 하고(「놀기 좋은 날」), 아무것도 찾지 못하는 날이기도 하지요(「너머」).
시인은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험하는 아이들에게 시인만의 언어로 응원합니다. 너무 무거운 날엔 뻥 차 버리라고(「주문이 필요해」), 숨이 막힐 땐 조금만, 조금만 기다려 보자고(「차차」). 그리고 그런 날 거울을 보라고요. 거울 속에 쑥 자라난 ‘내’가 또 나를 응원할 거라고 말합니다(「너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