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백서에는 100여 명의 해직교사 열전에 이어 해직교사와 전교조의 든든한 지원군이었던 분들의
이야기 또한 소중하게 담았습니다. 해직된 동료들 대신 눈물과 미안함 가득 안고 학교에 남아 현장을 조직하였던 선생님들, 가족회를 구성하여 함께 투쟁 하고 응원과 지지를 아끼지 않았던 사랑하는 가족과 학부모들, 학교와 사회에서의 갖은 징계 및 탄압에도 불구하고 전교조와 참교육을 사랑하였던 그저 단순한 사제지간을 넘어 학생 동지들의 이야기들을 읽는 내내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전교조는 우리의 노력과 희생뿐 아니라 수많은 이들의 눈물과 헌신 속에 이루어져 왔던 조직임을 다시금 되새기게 합니다.
발간사_전교조 21대 위원장 전희영
어떤 단체나 국가, 민족이 유지·발전하려면 자기 정체성을 갖고 있어야 하고, 그 정체성은 집단 구성원들이 역사를 공유할 때 형성됩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망한다고 했습니다. 단체도 마찬가지입니다. 노동조합이건 협동조합이건 조합원 교육에서 조합의 역사를 잘 교육해야 하는 까닭입니다. 흔히 역사는 정의 편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역사는 어떤 사건에 대한 기록일 뿐입니다. 역사가 어떤 편에 선다면 그것은 그 기록을 기억하고, 끊임없이 호출하고 되새김질해서 새로운 이야기로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 편입니다. 역사에서 어떤 정의가 이겼다면 그 패배한 정의를 잊지 않고 깊이 성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역사는 ‘기억투쟁’이라는 주장에 저는 적극 동의합니다. 기억의 기본은 기록입니다.
역사를 기록하고, 기억하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통사와 열전입니다. 통사가 뼈대라면 열전은 피와 살이고 신경세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씨줄이 올곧게 자리 잡고, 날줄이 촘촘하게 엮여야 좋은 옷감이 됩니다. 마찬가지로 통사와 열전이 잘 기록되어야 좋은 역사 기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통사가
정신이라면 열전은 마음입니다. 두 가지가 조화를 잘 이루어야 ‘기억투쟁’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전교조에서는 그동안 『한국교육운동백서』(1990), 『참교육 한길로』(2011), 『참교육, 교육노동운동으로 꽃피다』(2016) 같은 통사는 펴냈습니다. 그러나 전교조 결성에 참여했던 조합원 한 사람 한 사람 이야기를 담아내는 열전에는 소홀했습니다. 시도지부에서 유고집이나 추모집을 내는 정도였습니다. 따라서 해직교사를 비롯한 현직교사, 가족, 학생과 학부모가 개인 기록에 참여한 이 열전이 소중한 또 하나의 ‘기억투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89년 전교조 결성에 참여하여 1600여 명이 해직되었습니다. 당시 언론에서도 교육대학살이라고 할 정도로 독재정권에 의한 국가폭력이었습니다. 전교조 결성 투쟁에는 해직교사들의 피눈물이 배여 있습니다. 그 흔적을 담아 3년에 걸쳐 백서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2022년에 1권 총론, 2권 열전을 출간했고, 2024년에 열전 3권을 출간합니다. 1권(1,000쪽 내외)은 그 전후 과정과 상황에 대한 총론과 각 지부별 역사를 기록했습니다. 2권(1,200쪽 내외)은 해직교사 300여 명이 각자 겪은 상황을 진솔하고 생생하게 기록했습니다. 3권은 2권에 담지 못한 해직교사의 글과 현직교사와 학생, 학부모 등의 글을 모아 수록했습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하여 해직교사 사건이 30년 전에 끝난 사건이 아니라 3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음을 알리고 싶습니다. 또 교육민주화운동의 발전을 위한 작은 디딤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