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내가 당한 일도 새똥일 뿐일까?
닦아 버리면 그만일 새똥을 나는 죽어라 들여다보고 있던 걸까?
기은은 영원히 함께 할 줄 알았던 친구들에게 배신을 당한 충격으로 은둔 생활을 시작했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소속된 무리에서 따돌림당하는 일은 심심찮게 일어난다. 하지만 그 일을 당한 당사자는 마음이 찢어지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깊은 상처를 받는다. 청소년기 아이들의 상처를 섬세하게 묘사해 온 이경혜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친구 관계가 무척이나 중요한 청소년들이 무리에서 떨어지며 겪는 감정을 생생하게 풀어낸다. 독자들은 기은이 은둔 생활을 하며 느낀 소외감과 외로움, 분노, 좌절에 깊이 이입하고 공감한다. 하지만 이 감정이 그대로 고이지는 않는다.
기은은 수혁과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자신이 겪은 일은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된다. 수혁은 친구들의 괴롭힘에 옥상에 올라갔을 때 새똥을 맞은 일을 회상하며 기은에게 말한다. “그냥 모든 게 다 새똥 같더라고. 손으로 닦아 내고, 집에 가서 머리 감으면 되잖아? 겨우 그런 걸로 죽으려 했던 거야.”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매일 생각하고, 스스로를 자책하던 기은은 수혁의 말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과거를 돌아보고 친구들을 저주하는 대신에 자신을 구해 준 수혁에게 ‘열 번은 맛있는 거’ 사 주겠다며 미래를 약속한다.
때로 작은 사건에 감정이 환기되곤 한다. 새똥을 맞은 수혁이처럼, 수혁과 만난 기은이처럼,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보며 괴로워하던 이들이 〈새똥〉을 읽고 조금은 가붓한 마음으로 상처를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 작은 방 안에 갇혀 죽음을 생각하거나, 생각했던 이들이 무사히 어른이 되어 주기를 바라는 작가의 염원도 가닿기를 바라 본다.
시작은 재밌어야 하니까!
시간 순삭, 마음 든든한 내 인생의 첫 소설
16부 작 드라마도 1시간짜리 요약본으로 보는 시대에 아무리 재미있는 책이라도 독서는 지루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시대에서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는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문학을 재미있게 접할 수는 없을까? 시작하는 소설, ‘시소’는 이런 고민 끝에 나온 다림의 짧은 소설 시리즈이다.
시작은 쉽고 재밌어야 한다. 소설도 마찬가지다. 100페이지 이내의 짧은 분량과 속도감 넘치는 이야기, 책의 한 장면이 생생하게 펼쳐지는 일러스트로 구성해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지금 청소년 독자들이 가장 주목하고 관심 가지는 주제로 짧고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며 책을 덮은 뒤 깊은 여운을 남긴다. 쌓여 가는 완독 경험은 청소년들이 앞으로 더 다양한 장르의 책을 알아 가는 데 좋은 거름이 되어 줄 것이다. 깊어지는 독서 경험만큼 넓어진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를 바라며 ‘시소’ 시리즈가 그 시작에 함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