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그림책 〈나의 나무에게〉는 내면아이와 마음을 잇는 정서적 대화이자 어린이와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그대로 녹아 들어간 시언어의 향연입니다.
내가 만약
마녀 위니가 된다면
마음변신물감을 만들 거예요.
게임을 하다 들켰다.
화가 난 파랑 파도
엄마 화를 막자 화를 막자!
빨간 변신물감 섞고
“되어라 되어라 얍!”
엄마의 화는
보랏빛 향기 되겠죠.
(‘변신물감’ 중에서)
교육받은 어른들의 생각과 권력, 그리고 이들이 만든 규범과 규칙 속에서 우리는 힘겹게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이런 모든 것이 이치에 맞지 않게 틀어지고 궤도에서 벗어나게 되면, 그제야 우리는 어린이들에게 기댑니다. 어린이는 아주 쉽게 타인의 어려움에 공감하며, 단순한 평화를 추구할 줄 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화합과 사랑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마음 한 조각을 타인에게 내어주는 데 주저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린이의 생각과 마음을 우리가 유치한 것이라 치부하지 않고, 그림책에서 또 동시집에서 보존하고 전하고 느끼려고 하는 것입니다. 아직도 어린이의 마음을 버리지 않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우리가 특별히 어린이책 작가라고 부르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가 다듬어지지 않은 어린이 원주민들의 고유한 문화와 언어로 소통하고자 하는 ‘시간의 인류학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지상선 작가의 〈나의 나무에게〉는 ‘여는 시’를 시작으로 각 6편의 동시가 담긴 5개의 장으로 진행됩니다. 시의 화자인 호야는 할머니와의 특별한 애착 관계 속에서 느꼈던 넉넉한 품 그리고 그 속에서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몽환적 상상을 통해 현실의 세계를 의연하게 마주합니다. 그러한 마음의 여정을 1장 ‘아가, 할머니’, 2장 ‘마법, 동화’에서 볼 수 있습니다. 호야는 엄마의 상실과 새엄마의 등장을 천진한 시선으로, 사뭇 진지하게 냄새와 빛과 공기의 기운 속에서 받아들입니다. 어린 마음으로 이해하는 화합과 평화로의 변화였습니다. 이런 감정과 소소한 일상의 향기가 3장 ‘엄마, 청개구리’, 4장 ‘자연, 향기’에 잘 담겨있습니다. 끝으로 5장에서 ‘아빠, 강아지’ 키워드를 통해 삶의 디딤돌 같은 부모의 존재 의미를 발견하게 합니다. 또한 강아지 ‘망망이’의 이미지 투영을 통해 호야의 깜찍하고 유쾌한 정서를 만날 수 있습니다.
하나씩 따로따로 창작된 작가의 동시들은 사실 그의 마음 밭에 심어져 있던 커다란 나무의 뿌리와 줄기, 무성한 가지와 이파리들의 한 부분입니다. 그 나무는 자신만의 독립을 선언하며 ‘독립선언’으로 마무리합니다. 이렇듯 동시들이 성장하여 하나의 서사를 이루며 건강하게 분화되어갑니다. 이는 아이들의 성장 과정과도 이어집니다. 동시 작가와 그림 작가는 이와 같은 어린이 삶의 여정에 한 마음으로 다가갑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속삭입니다.
“시인도 화가도, 우린 사실 어린이들이야!
이 동시 그림책으로 따로 배울 건 없다고!
너의 맘 속에 같은 편이 되어 들어가고 싶을 뿐이야!”
- p. 73. 이호백 그림 작가의 에필로그 2에서
독립 선언
엄마 맘 따라
아빠 맘 따라
아빠는 내가
엄마 닮았다고
예쁘단다.
그런데
엄만
아빠 닮았다고
밉단다.
나는
엄마 편이 아니다.
나는
아빠 편도 아니다.
나는 나다!
(맺는 시)
"이호백 그림 작가는 나무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상상을 시각화했습니다. 그래서 동시집을 넘길 때마다 한 권의 그림책처럼 이어지는 느낌이 드는 것이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동시그림책"이라고 제목 앞에 붙인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