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한스님 (시인·아동문학가·《한국불교신문》 주간)
재 스님의 ‘어른을 위한 동화 《화엄경 약찬게》’는 선재 동자와 보리의 만남이 무색계와 색계가 다르지 않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순진무구한 동심의 세계는 그것 그대로가 바로 화엄의 세계요, 불국토에 살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일러주고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그럴까요. 이 동화책을 읽다 보면 “파랑새를 찾아 천 리 길을 헤매다 돌아와서 보니 파랑새는 바로 자신의 집에 있었다”는 파랑새 이야기가 얼핏 스쳐 지나갑니다.
‘어른을 위한 동화 《화엄경 약찬게》’는 또한 “우리의 삶이 꿈이요, 꿈속의 세계가 현실인지, 꿈 밖의 세계가 현실인지를 제대로 아는 선각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하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전개 구도를 갖고 있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화엄경의 무대는 시공을 초월하여 범우주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의상 조사 법성게〉 중 “하나 속에 모두 있고(일중일체 다중일), 하나가 모두이고 전체가 하나라네(일즉일체 다즉일), 한 티끌 속에 대우주 잉태하고(일미진중 함시방), 티끌마다 낱낱이 대우주 머금어(일체진중 역여시)”라는 말이 있듯, 민재 스님은 시공을 넘어서 꽃핀 화엄경의 열매를 소녀적 감성과 상상력, 그리고 독창적인 창의력과 깊은 수행력으로 재해석하고 있는 설화적 동화입니다.
3.
이 책을 읽는 어른 여러분, 그리고 어린이 여러분! 선재 동자와 보리는 여러분처럼 똑같이 착하고 바르고 예쁜 친구이자 아들이자 동생들입니다. 이 책을 읽고 “아니야. 나는 선재 동자와 보리처럼 착하지도 않고, 바르지도 예쁘지도 않아”라고 미리 실망하거나 두려워하지 마세요.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은 여러분이 이미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새마음 새 각오로 새 꿈과 새 희망을 위해 힘차게 나아가기 시작했다는 뜻이니까요.
어른 여러분, 그리고 어린이 여러분! 처음에는 이 책이 좀 어려울 수도 있어요. 하지만 꾹 참고 끝까지 꼭 한 번 읽어 보세요. 학교 공부처럼 두세 번 읽으면 더 좋아요. 학교 공부도 처음엔 어렵다가 두세 번 반복하면 훨씬 이해가 잘 되면서 쉬워지잖아요. 그렇게 책을 끝까지 읽어내고 나면 천국처럼 온갖 아름다운 꽃과 열매로 장식된 행복한 화장세계와 선재 동자와 천사들, 그리고 따뜻하고 친절하고 현명한 사람들이 반갑게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보너스 하나 더. 좀 어려워도 이 책을 꼭 한 번 읽고 나면 여러분들에게 무척 좋은 일이 일어날 거예요. 더불어 공부도 더 잘하게 될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