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를 이렇게 명확하게 정의한 책이 있을까?
마케터 : ‘돈과 시간’이라는 화약으로 무장해
나 자신이 ‘인간 탄환’이 되어, 고객이라는 과녘으로 날아가는 사람
이번 달 실적이 그야말로 반지하급이다.
상사는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다 고개를 들어 누군가를 급히 찾는다. 미간이 삼지창으로 변한 상사가 찾는 ‘문제의 인간’은 누굴까?
바로 마케터다. 왜 이런 울고 싶은 상황에 하고 많은 직종들 중에 마케터를 찾는 것일까? 대부분의 회사는 마케터에게 엄청난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마케터 하나만 있으면 막혀 있던 혈이 뚫리고, 매출이 상승하며,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어 적군을 단숨에 때려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슬프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같은 ‘마’씨지만 마케터는 마법사도, 마동석도 아니다.
그저 뭉쳐 있는 문제를 하나씩, 그리고 천천히 풀어가는 사람일 뿐이다.
책은 ‘이 책 하나로 마케터를 구원해줄 비법을 얻어갈 생각은 일찌감치 접으라’고 말한다.
그보다는 그저 내가 지금 어느 위치에 있고, 우리의 문제는 무엇이며, 앞으로 무엇을 하면 좋을 지만 감을 잡아주겠다고 호언한다.
단지, 그 방법을 구함에 있어 저자는 그래도 재미를 붙이는 방법을 여러모로 선사한다.
재무제표를 ‘숏츠’처럼 즐기라거나 누구나 다 아는 ‘SWOT’를 누구나 다 아니까 허투루 넘어가지 말고, 제대로 분석하라고 말한다. 고객은 절대 우리를 찾아오지 않으니 고객이 도대체 어디에서 놀고, 어디에서 돈을 까먹으며, 어디에서 욕을 하고 있는지 파헤치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마케팅을 ‘기획, 실무, 데이터’ 세 분야로 나눠 각각의 테마에 맞게 가장 기초적이고도, 가장 핵심적인, 모르면 호구 잡히는 업무를 정확히 분석한다.
기획에서는 시장조사를 하고 고객을 분석하고, ROI를 정하며, 예상 결과를 분석해 본다. 실무편에서는 검색의 루트를 조정하고, 홍보라인을 만들며, 콘텐츠를 기획한다. 또한 요즘 핫하다는 데이터 드리븐 마케팅의 허와 실을 꼬집는다.
마지막 데이터편에서는 객단가와 LTV를 분석해 고객 감동을 어떻게 숫자로 표현할 수 있을지를 설명한다.
만약 이 간략하고도 명료한 세 가지 분야 및 실무를 이해할 수도 없고, 하기도 싫고, 할 이유도 모르겠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마케팅 직무가 본인의 생리와 맞지 않으니 당장 자리에서 박차고 나오라고 일갈한다.
유유자적 소 떼를 다루는
유목민 같은 마케터가 되기를
마케터는 유목민과 비슷한 성격의 일이다. 유목민들은 대체로 떠도는 삶을 살기 때문에 늘 낯선 환경과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만나게 된다. 분명 작년 4월쯤에 소 떼가 이곳을 지나갔는데, 올해는 내가 지역을 옮겨서, 아니면 기상이변으로 인해 2월 말에 뜬금없이 소 떼가 몰려올 수도 있고, 아주 안 올 수도 있다. 그럴 때 ‘에잉, 작년엔 안 그랬는데’ 이러고 있으면 나와 가족들은 굶어 죽을 것이다.
현재는 미래에 완벽히 대비하지 못해 조금은 미흡하더라도 일단은 소 떼가 있는 곳을 찾아 헤매고, 그 속으로 뛰어 들어 가야 한다. 물론 그 소떼가 내가 기대하던 소떼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쩌랴, 내 구미에 맞는 목표물을 찾으려면 방향을 틀어 다시 새로운 위치로 옮겨야 한다. 그러니 언제든, 어떤 소 떼를 만나든 그들을 이끌 수 있도록 유연성을 길러야 한다. 그것이 유목민의 능력이자 기술이다.
마케터 역시 마찬가지다.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더라도 지금 나의 상황을 통해 빠르게 최선의 길을 찾을 수 있는 응용력이 필요하다.
또 잘 모르겠다면 아는 척하지 말고 물어보거나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는 친화력도 필수다. 그리고 결정된 것을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는 테크닉과 흔들리지 않는 뚝심마저 갖췄다면 그야말로 완전무장이다. 이 책을 읽는 쌩초보 마케터들은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가치관이라는 단단한 갑옷을 입고 어떤 그릇에 담기더라도 유연하게 움직이는 마케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