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정말 ‘할께’가 아니라 ‘할게’가 맞나요?
맞춤법에서 표준어까지, 국어 교양필수 270개의 맞는 말 틀린 말
이 책은 우리말을 쓰는 사람들이라면 이 정도는 꼭 알아야 할 국어 교양필수 270개의 ‘맞는 말 틀린 말’을 예와 함께 제시해 용법을 익히도록 했다. 맞춤법, 표기법 등을 우리가 어떤 형태로 잘못 표기하고 있는지, 왜 그렇게 잘못 표기하기 쉬운지 일러 준다. 또 잘못된 표기는 어디가 어떻게 틀렸는지 이야기해 주고, 바른 표기를 쉽게 기억할 수 있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알려 준다. 몇 개의 예를 보자.
예전과 달리 ‘가리키다’와 ‘가르치다’는 각각 어떤 상황에서 써야 하는지 많이 알려져서 틀리는 일이 줄어들었다. 그런데 두 단어를 합친 ‘가르키다’는 아직도 자주 쓰인다. ‘아이를 바르게 가르키기 어려워요’, ‘손가락이 가르키는 방향으로 쭉 가세요’처럼 말이다. ‘가르키다’는 언제나 틀린 말이다. ‘가리’에는 ‘키’, ‘가르’에는 ‘치’가 붙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더 이상 헷갈리지 않는다.
‘넌 내 거야’와 ‘넌 내 꺼야’ 중에는 무엇이 맞을까? 발음이 [꺼]로 나기에 많은 사람이 ‘꺼’로 잘못 쓰지만, ‘것’을 구어적으로 이르는 말은 ‘거’이다. 하지만 ‘거’도 구어적 표현이므로 공문서에는 ‘것’으로 써야 적절하다. ‘-할걸’과 ‘-할게’도 된소리로 발음되지만 쌍자음으로 쓰지 않는다.
‘곰곰이/곰곰히’, ‘꼼꼼이/꼼꼼히’, ‘단단이/단단히’, ‘틈틈이/틈틈히’ 등에서 부사 파생접사로 ‘이’를 쓸지 ‘히’를 쓸지 표기도 발음도 헷갈리기만 한다. 이럴 때는 ‘하다’를 붙여 보면 된다. ‘꼼꼼하다, 단단하다’라는 말은 있으므로 ‘히’가 결합해 ‘꼼꼼히, 단단히’가 맞고, ‘곰곰하다, 틈틈하다’라는 말은 없으므로 ‘이’가 결합해 ‘곰곰이, 틈틈이’가 맞다.
‘삼가다’ 대신 ‘삼가하다’라고 틀린 표현을 쓰게 되는 이유는 ‘삼가’에 ‘하다’가 결합된 형태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가하다’라는 말은 없다. ‘삼가다’는 ‘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다’라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애먼’과 ‘엄한’도 그 쓰임이 헷갈리는 말이다. ‘애먼’을 써야 할 자리에 발음이 비슷하고 더 익숙한 ‘엄한’을 써서 ‘엄한 사람 잡지 마’, ‘엄한 걱정’과 같이 잘못 쓰곤 한다. 그러나 ‘엄한’은 ‘엄하다’의 활용형으로 ‘엄한 부모님’처럼 쓰인다. ‘엄한’과 ‘애먼’은 완전히 다른 뜻이므로 구분해서 잘 사용해야 한다.
‘웬’과 ‘왠’, ‘왠지’와 ‘웬지’만큼 맞춤법이 헷갈리는 말도 없다. 무엇이 바른 표기인지 쉽게 구별할 방법이 있다. ‘웬’은 ‘어찌 된’, ‘어떠한’과 바꾸어 쓸 수 있는 관형사이고, ‘왠지’는 부사로 ‘왠’은 항상 ‘왠지’의 형태로만 쓰인다고 기억해 두면 된다. 그래서 ‘왠일’, ‘왠만하다’, ‘왠만큼’도 ‘웬일’, ‘웬만하다’, ‘웬만큼’이 바른 표기다.
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우리는 참 부끄러울 정도로 우리말 군데군데 잘못된 용법과 표기를 사용하고 있다. 어렸을 때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운 아이는 평생 잊어 버리지 않는다. 우리말 맞춤법과 표기법도 자전거 타기와 마찬가지다. 한 번 알고 나면 참 쉽고 절대 잊어 버리지 않는다. 우리말 전문가인 저자가 이 책에서 제시하는 270개의 ‘맞는 말 틀린 말’ 속에 담긴 우리말 규칙과 용법만 익혀도 국어의 고수로 거듭날 것이다.
첫인상을 좌우하는 당신의 국어 실력,
바른 표기의 반듯한 글이 반듯한 사람을 드러낸다
우리말 공부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더 큰 이유가 있다. 이제는 자신을 표현하고 평가받을 때도 글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가끔 유명 정치인이 방명록에 맞춤법이 틀려 질타를 받는 뉴스를 접할 때가 있다. 물론 정치인의 행보는 더욱 크게 부각이 되는데, 사실 우리 사회의 웬만한 지식인도 맞춤법과 표기법에 자신 없어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다면, 전문가일수록 그들에게 갖는 신뢰는 반감될 것이다. 수많은 구독자를 거느린 인기 스타가 맞춤법도 문장도 엉망인 게시글을 올렸다면 어떨까? 아마도 그 사람에게 가지는 매력은 뚝 떨어질 것이다. SNS 시대로 자기표현을 적극적으로 하는 세상이 되었다. 이제는 사소한 맞춤법과 표기법 하나가 당신의 신뢰와 매력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놓치지 말자.
더욱이 2017년 잡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인사 담당자는 어설픈 문장에 맞춤법이 틀린 자기소개서라면 부정적 인상을 받는다고 한다. 실제로 서류전형 평가 결과가 합격 수준이더라도 지원자가 여러 차례 맞춤법을 틀렸다면 탈락시키겠다고 응답한 인사 담당자가 40퍼센트나 되었다. 공무원들의 보고서도 어문규범에 틀린 표기가 있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고 한다. 보고서는 보고서를 쓴 사람의 얼굴이자, 그 보고서를 읽는 사람과 대화하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틀린 맞춤법과 표기법으로 가득한 글을 고역스럽게 읽으면서 그 글을 쓴 사람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사흘’을 ‘4일’로, ‘금일’을 ‘금요일’로 착각하고 ‘낳다’와 ‘낫다’, ‘무난하다’와 ‘문안하다’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에게서 과연 좋은 인상을 받을 수 있을까? 물론 맞춤법이나 표기법이 우리의 삶에서 엄청 시급한 규칙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바른 표기의 반듯한 글이 사회적 원칙과 규칙을 지키는 반듯한 사람을 드러내는 법이다. 그동안 아무리 국어 공부를 해도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면 이 책을 곁에 두고 틈틈이 들여다보자. 어느새 국어 실력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