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항이 아니라 대항입니다
사과 한 개가 놓여 있습니다. 두 사람에게 그려 보라고 하면 그 결과가 전혀 엉뚱하게 나타나지요. 이는 두 사람이 사과를 바라보는 위치가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사람 사이의 많은 갈등이 이와 같은 이유로 일어납니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생각할까? 하고 의문을 품는 것은 나의 위치에서만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엄마!
난 반항하는 게 아니라
대항하는 거야
대항민국 어린이답게
날 지키려고
대항하는 거라고!
아주 크게 외칠 거야
모두 들을 수 있게
아주 여러 번
- 〈날 지키는 법〉 중에서
〈난 반항하는 게 아니야〉에서 엄마와 네모 오빠는 동생 세모가 자꾸 반항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모 입장에서는 못마땅하고 억울한 일들에 대해 반항이 아닌 ‘대항’을 하는 거라고 주장하지요. 서로 다른 위치에서 내 주장만 펼칠 때 이처럼 ‘반항과 대항’이라는 엇갈린 표현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전자윤 작가는 가족 사이에도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어느 날 세모가 네모 오빠의 일기장을 들여다보고 그동안 알지 못했던 마음을 이해하듯, 늘 살피고 아껴줘야 한다고 하지요.
〈난 반항하는 게 아니야〉는 어린 독자들이 네모와 세모, 혹은 외사촌 샛별을 모습 속에서 자신과 비슷한 아이를 찾아보고, 공감하며, 위로받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다른 형제에게도 나와 다른 고민 및 불만, 아픔 등이 있음을 깨닫고 이해하며,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사이좋게 지내길 응원하고 있습니다.
● 모두가 특별하고 주인공이다
〈난 반항하는 게 아니야〉는 세모가 화자입니다. 당연히 세모의 눈높이에서 이야기가 흘러가지만, 네모 오빠는 물론 외사촌 샛별의 마음까지 누구 한 명 소외시키지 않고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말 안 듣는 동생이 장난을 쳐서 화가 난 1
억울하게 야단 맞은 1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날까 한 1
문득 생각난 1
엄마한테 걱정하지 말라고 동생을 지켜주겠다고 약속한 1
나도 아직 어린데
나는 누가 지켜줄까, 서러워서 운 1
- 〈사라지지 않던 1〉 중에서
성격 및 성향이 다른 개인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간다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흔히 엄마라는 이유로, 아빠라는 이유로, 첫째라는 이유로, 둘째라는 이유로, 숱한 이유로 가족 안에서 희생을 강요당하지요. 그리고 가족은 이러한 희생을 가볍게 여기거나 당연하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 가족에 대한 서운함과 불만이 쌓이게 되지요.
가족이니까 더욱, 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내 가족의 희생을 더 알아주고, 칭찬해 주어야 합니다. 내 가족이 웃고 행복할 때 나도 더 웃음이 나고 행복해지니까요.
〈난 반항하는 게 아니야〉의 제목은 세모가 외치는 자신의 마음입니다. 가족이 알아주길 바라고, 함께 이야기하고자 하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난 반항하는 게 아니야〉를 통해 가족과 좀 더 소통하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 보길 바랍니다.
● 쌓인 눈을 치우면 그 아래 뭐가 있을까
〈난 반항하는 게 아니야〉는 세모와 네모 오빠가 슈퍼를 가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걸을 때마다 뽀드득뽀드득 소리가 뒤따릅니다. 세상이 온통 새하얀 눈밭이거든요. 눈은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마저도 뒤덮습니다. 그래서 모든 게 깨끗하다는 착각이 들게 만듭니다. 하지만 그 눈을 조금만 치우면 금세 알 수 있는 거지요. 그 아래 드러나는 버려진 쓰레기 등을요.
둘째라서 참아야 하는 세모의 서러움, 첫째라서 모범을 보여야 하는 네모의 중압감, 혼자 떨어져 사는 샛별의 외로움 등, 〈난 반항하는 게 아니야〉의 아이들은 저마다 아픔과 상처가 있습니다. 늘 왁자하게 떠들고 다투는 게 일상이라, 그것이 눈처럼 뒤덮고 있어서 아이들의 마음이 드러나지 않을 뿐입니다.
〈난 반항하는 게 아니야〉는 맑고 밝은 그림이 기분을 좋게 합니다. 등장인물들의 익살스러운 모습이 웃음 나게 합니다. 하지만 유쾌하고 화사한 그림 분위기에 가려진 아이들의 모습은 때때로 쓸쓸합니다. 이야기를 하얀 눈으로 뒤덮은 까닭, 그 눈이 멈추고 녹는 시간을 생각해 봅니다. 늘 바라보기에 미처 발견하지 못한 가족의 상처를 살피고,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