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나라를 세운 이들과 그들을 따른 사람들
“영웅은 어떻게 영웅이 될까?”
전승과 설화를 배경으로 하는 ‘신화’는 고증에 바탕한 ‘역사’의 자장 안에 온전히 흡수되기 어려운 특징과 한계를 갖는다. 당연히 교과서에서조차 짧게 스쳐 지나가고 말거나 아예 등장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인류 역사에서 건국 신화는 한 문명의 기원과 정체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건국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그들을 둘러싼 이야기들, 배경과 설정, 크고 작은 소품들 안에 담긴 수많은 상징과 은유 속에는 인류가 나아갈 변치 않는 방향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우리 민족의 건국 신화를 본격적으로 탐구한다. 주인공의 탄생부터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기까지의 과정을 들여다보고 다음 세대에게 전하고자 했던 진짜 메시지가 무엇일지 살펴본다.
하늘에서 내려와 사람이 된 곰과 결혼한 ‘고조선 단군왕검’,
불굴의 의지로 끝내 왕이 된 ‘고구려 주몽’,
살아남기 위한 탁월한 선택 ‘가야 연맹국 김수로’,
나누는 기쁨과 평화를 사랑한 ‘탐라국 삼신인’,
포용 정신의 끝판왕 ‘신라 박혁거세, 석탈해, 김알지’,
인문학적 사고하기로 톺아보는 우리 건국 신화!
출생부터 범상치 않은 건국 신화의 주인공들은 온갖 고난과 역경을 딛고 끝내 지도자의 자리에 오른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은 물론 지도자와 국가에 대한 바람도 짐작해 볼 수 있다.
고조선 건국 신화인 환웅의 이야기에는 새로운 지도자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 주길 바라는 소망이, 역경과 고난의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애쓰는 고구려 주몽의 모습에서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하는 희망이 담겨 있다. 황금알 여섯 개에서 태어난 가야의 여섯 왕들은 지정학적인 위치상 다른 나라와의 교역이 중요했던 가야가 선택한 국가 운영 체제를 확인할 수 있고, 땅속 구멍에서 올라온 제주의 삼신인은 척박한 땅의 생명력을 향안 섬사람들의 마음가짐을 보여 준다. 석탈해와 호공의 이야기에는 다른 문화를 향한 신라의 포용 정신이 담겨 있다.
건국 신화의 표면적인 주인공들에만 주목하지 않는 것도 이 책이 가진 미덕이다. 널리 알려진 고조선의 웅녀와 고구려의 소서노뿐 아니라 신라 문무왕이 자신의 비석에 선조라 새긴 흉노 왕자 김일제, 김알지를 발견하여 거둔 호공, 가야의 왕비 허황후, 바다 건너 먼 나라에서 삼신인을 찾아 제주에 온 세 명의 공주 등 주인공을 영웅으로 만들어 낸 이들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서도 톺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