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1974년 《현대문학》) 50주년을 맞이한 이태수 시인의 시선집 2 『잠깐 꾸는 꿈같이』는 열다섯 번째 시집 『내가 나에게』부터 『유리창 이쪽』, 『꿈꾸는 나라로』, 『담박하게 정갈하게』, 『나를 찾아가다』, 『유리벽 안팎』, 스물한 번째 『먼 여로』까지 일곱 권의 시집에 실린 시 중에서 자선한 100편을 담았다. 일곱 권의 시집 해설 요약 「실존, 현실, 초월, 관조」도 곁들였다.
첫 시집 『그림자의 그늘』부터 열네 번째 시집 『거울이 나를 본다』까지의 시 가운데 100편을 자선해 2018년에 펴낸 시선집 『먼 불빛』(문학세계사)의 후속편으로 최근 6년 동안의 시 흐름을 조망할 수 있다. 다음은 시집 해설을 축약한 시집 뒤표지의 글(표사)들이다.
더 나은 세계를 향한 초월의 꿈/순수한 인간정신의 불멸성 추구-시집『내가 나에게』
인간 이태수의 삶이 시인 이태수의 삶으로 바뀌어 완벽한 전업시인이 되고, 그의 일상은 시가 삶에 선행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는 한결같이 서정을 끌어안고 초월을 꿈꾼다. 이 한결같은 걸음은 급변하는 세상에서는 눈길을 끌기 어렵지만 그는 상관하지 않고, 현실에 부대끼면서도 변하지 않는 순수한 인간정신의 불멸성을 지켜나간다. 그 인간정신이란 결국 뒤틀린 현실에 발을 딛고 살면서도 초월에의 의지와 더 나은 세계에 대한 꿈꾸기를 포기할 수 없는 비극적 자기인식이다. 이 비극적인 삶을 뛰어넘으려는 초극의지를 낮은 목소리로 꿈꾸듯 읊조리는 자아성찰이 이태수 시의 본질이자 특징이다. 그가 꾸는 꿈은 시를 낳고, 다시 시는 초월을 꿈꾼다. - 이구락(시인)
내적 성찰을 바탕으로 한 지성적 관조/자아와 세계의 조화로운 합일 꿈꿔-시집 『유리창 이쪽』
시력 45년이 넘는 이태수의 시세계는 그간 몇 번의 큰 변화를 보였지만 서정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일관된 호흡을 유지하고 있다. 1979년에 나온 첫 시집 『그림자의 그늘』 이래 그의 시에 일관되게 흐르는 기조저음은 존재자의 실존적 방황과 영혼의 초월을 꿈꾸는 이상주의자의 자세라 할 수 있다. 이태수 시의 서정성은 때로는 현세적이고 때로는 내세적인 혼의 지향을 보여준다. 그의 시는 명상과 관조, 정화와 화해를 읊고 있지만 내면에는 깊은 고독과 고통의 흔적을 지니고 있다. 그의 시는 자아의 내적 성찰을 바탕으로 멀리 있는 다른 세상을 향한 꿈을 펼쳐 보이는 지성적 관조자의 모습을 띄고 있다. 이태수 시의 초월에 대한 감수성은 현세적 욕망 저편에 자리 잡은 신비로운 절대세계가 있음을 긍정하는 자세에서 우러난다. 그것은 현상적 존재자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이며 자아와 세계의 조화로운 합일을 꿈꾸는 동양적 정관의 세계와 상통한다. -조 창 환(시인)
자아의 참된 동일성을 회복하려는 몸짓/삶을 새롭게 투사하는 꿈의 현상학-시집 『꿈꾸는 나라로』
이태수 시인의 이 열일곱 번째 시집은 반세기에 가까운 시력이 말해주듯이, 깊은 사유와 울림으로 충전된 삶의 철학을 진솔하게 구현하고 있다. 우울한 실존의 한계상황 속에서도 아프게 음각된 영혼의 상처를 외롭게 어루만지며, 시인은 꿈을 통한 초월 의지를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때로는 상실감과 단절감으로, 때로는 삭막한 현실의 부조리에 그의 실존은 높낮은 파동으로 흔들리기도 하지만, 싱그러운 자연과 부단히 숨결을 나누면서 훼손된 자아의 동일성을 회복하려는 끈질긴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이 혼신의 몸짓이야말로 낯선 생의 지평에서 모든 번민과 고뇌를 판단중지해 내면의 괄호 안에 넣은 다음, 삶을 새롭게 투사하고 껴안아 보려는 꿈의 현상학임이 분명하다. -이진엽(시인, 문학평론가)
황량한 세계 속에서 꿈꾸는 존재 초월/천상적 가치를 향한 영혼 구원의 의지-시집 『담박하게 정갈하게』
오랜 세월 시의 바다를 항해하며 언어의 그물을 던져온 이태수 시인은 이 열여덟 번째 시집에서 거센 세파와 부딪치며 담박하고 정갈한 시편들을 건져 올린다. 그의 투망에 낚인 시들은 흐름과 비움, 상처와 치유, 꿈과 구원 등이 상응하는 진면목을 드러내며, 그 도정의 아픈 상흔 속에서도 영혼의 빛에 달궈진 돋을새김처럼 따뜻하게 떠오른다. 황량한 세계에 던져진 실존의 처지와 그 고뇌를 형상화하는 그의 시들은 한결같이 꿈을 통한 존재 초월로 나아간다. 이런 형이상학적 지향성과 더불어 종교적 구원의 영역에까지 시가 잇닿아 있어 깊고 경건한 울림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 낮지만 그윽한 울림들은 시인이 이성에서 영성으로, 지상적 삶에서 천상적 가치로 자아를 투영하면서 존재의 부름에 대한 영혼의 응답을 진실하게 빚어 보이려 하기 때문이다. -이진엽(시인, 문학평론가)
근원적 자아를 찾기 위한 의지와 꿈꾸기/생성과 소멸을 뛰어넘는 부활의 변증법
-시집 『나를 찾아가다』
삶과 존재 문제에 대해 깊고 그윽한 사유와 관조적 인식으로 성찰해 보이는 이태수 시인의 이 열아홉 번째 시집은 서정시의 정념을 뛰어넘어 생철학의 영역으로까지 나아간다. 흔들리는 실존과 생의 불꽃이 명멸하는 이 지점에서 시인은 삶의 다양한 울림에 귀 기울이며 본연의 존재 가능성을 부단히 추구하고 열어나간다. 세계와 길 위에 노정된 고단한 시간과도 부딪치면서 근원적인 자아를 찾아 나서는 꿈에 지속적으로 불을 지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여정에서는 또한 자연을 매개로 삶의 활력을 회복하려 하며, 삶과 죽음이라는 양극兩極을 끌어안고 부활의 눈부신 지평에서 변증법적으로 융합하려는 시도를 감동적으로 펼쳐 보인다. -이진엽(시인, 문학평론가)
갈등을 순화하고 정화하는 성찰의 육성/갇힘과 열림, 그 경계와 초월의 미학-시집 『유리벽 안팎』
시력 반세기를 거쳐온 이태수 시인의 문학적 편력에는 다채로우면서도 일관된 특성이 있다. 그의 시에는 내면적 갈등을 순화하고 정화하는 자기반성과 성찰의 육성이 담겨있다. 주된 특징은 자아의 참모습을 발견하기 위한 부단하고 치열한 노력의 흔적이며, 대상과 세계를 향한 성실하고 진지한 자세의 표출이다. 그의 시에서는 흔들리고 거칠고 혼란스러운 삶의 모습이 안정되고 유려하며 정돈된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증법적 통합의 원리는 이 시인의 온유한 성품과 진지한 탐구 정신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시선은 자신의 내면을 향해 진지하게 탐구하고 탐색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자기 성찰과 경계 초월, 실존적 생 체험의 인식과 영원을 향한 갈망이 주조저음인 그의 시는 온건하면서 교양이 있고, 중도적이면서 깊이가 있고, 평이하면서 깨우침이 있는 언어를 구사한다. 이 점이 그의 시적 가치를 높여주는 열쇠가 되며, 이태수 시인의 개성적 특성을 보여주는 통로가 된다. -조창환(시인, 아주대 명예교수)
과거와 미래를 통합하여 현재로 내재화/먼 곳의 길 찾기 명상과 꿈의 매트릭스-시집 『먼 여로』
이태수의 시는 먼 곳에 대한 명상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먼 곳을 향하여 길을 걷는 시인이고 목적지가 보이지 않아도 진행을 멈추지 않는 시인이다. 그는 절대 포기하지 않으며, 멀더라도 가야만 하고, 갈 수 없으면 기다리는 시인이다. 가고자 하는 원심적 운동은 순수의 자세를 유지하겠다는 구심적 의지와 긴밀하게 연결된다. 원심과 구심의 복합적 파동은 시 창조의 동력으로 균질하게 작동한다. 기다리는 마음은 대상에 대한 환각을 빚어내고 환각은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을 자극한다. 가고 싶은 욕망, 기다림의 정동, 환각의 창조는 시의 내면에서 순환 구조를 이룬다. 기다림이 환각을 창조하고 환각은 다시 기다림을 촉구한다. 그런 의미에서 꿈의 매트릭스가 이태수 시의 중심을 이룬다고도 말해도 좋다. 환각의 창조는 이태수 시의 동력으로 작용한다. 과거와 미래의 시간을 통합하여 현재로 내재화하는 욕망, 이것이 이태수 시인이 기획하는 꿈 꾸기의 본질이다. 끝없는 길 찾음과 길 걸음의 순환적 반복, 그것을 위한 환각의 창조, 이것이 그의 최근 시 쓰기의 동력이다. -이숭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