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 드라마 작가로 살다 뉴욕으로 건너가 기자가 된 사람.
글을 쓰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온 후 직지사에서 은사를 만나 수행자가 된 사람.
20여 년의 수행 끝에 대승불교 경전 역경의 주인공인 구마라습의 일대기를 소설로 쓰면서 다시 세상으로 나온 사람, 혜월 스님의 첫 장편소설 『구마라습, 대장경 판각 속으로 들어가다』를 만나보자.
실크로드는 대항해 시대 이전 중국 대륙과 중앙아시아, 서아시아, 유럽, 아프리카의 지중해 세계를 잇던 동서 교역 루트로 이 길을 통해 동서 간의 문물이 왕래했으며 그 주변에 도시나 마을이 생겨났다. 장안에서 돈황을 거쳐 천산산맥을 지나 파미르고원을 통과하는 중국 측 교역로는 크게 천산북로와 천산남로로 나뉜다. 세계 7대 산맥의 하나로 바다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천산산맥은 중앙아시아의 척추로 신장성(新疆省) 북쪽의 준가르분지와 남쪽 타림분지의 경계를 이룬다. 구자국은 만년설로 뒤덮인 천산산맥의 타림분지 안에 있다. 구마라습은 구자에서 태어나 용수의 대승 사상을 중국으로 실어 나르며 불교사에 우뚝 솟은 삼장법사였다.
소설 『구마라습, 대장경 판각 속으로 들어가다』는 끝없는 사막과 험준한 산악을 지나 대승불교를 전파하기 위해 중국으로 향하던 구마라습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정치적 변혁기에 전쟁 포로 아닌 포로로 지난한 삶을 이어가야 했던 그가 산스크리트어를 중국어로 옮기는 과정은 마치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는 것과 같은 일이었을 것이다. 낯선 세계로 가는 여정이 순탄치 않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중국 대륙에 부처의 사상을 펴겠다는 일념으로 모든 것을 바친 사람, 구마라집의 집념과 이상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진 『구마라습, 대장경 판각 속으로 들어가다』를 통해 우리는 오늘날 중국, 한국, 일본의 문화와 전통이 이루어지기까지 역사의 일부를 여실히 알 수 있다.